【 이미지 14 】물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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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뼈
문정완
바람이 흰 구름의 뼈로 공중의 붉은 심장을 찌를 때
하숫물이 도시의 옆구리를 수술하듯 칼금을 긋고 지나간 임계지점부터
폭설이 내렸다고 쓰겠다
폐허의 위벽이 쏟아낸 검은 가시장미와
가위 눌린 쪽으로 몸을 내다버린 생선갈비뼈가 잘려나간 꼬리 방향으로
일제 히 총신을 겨눈다
변방을 떠돌던 사람들이
찢어진 가랑이를 오므리며 슬픔을 주먹의 무늬로 감아 쥔,
해식붕의 모래숲 위
적의 찬 부리들이 햇살의 내장을 쫒는다
너는 흐려있고 나는 너의 발치 밑, 새들의 날개에서 부서진 울음의 곡조를 듣는다 흙의 필적처럼 명료해지기 위해 포크레인 삽날에 묻은 흙의 주물을 떠올리지만 어떤 평면도는 뾰족한 칼끝의 기억이 있으므로 무게에 대한 환원은 대체로 회의 적이었다 바람은 벽을 만났을 때 가열성으로 휜다 그러므로 바람은 역류를 일으키는 지느러미가 있다
지구의 자전축에 화상을 입은 산등성이의 저녁
몇 장의 붉은 밑줄과 몇 페이지 분량의 슬픔이 밀랍인형처럼
지나갔다 다 읽어 보지 못한 대본은 갈피끈을 고삐처럼 매어 두었다고 쓴다
그리하여
먹장구름의 속살을 뚫고 흐릿한 별의 눈망울들이
엄지와 검지로 젖은 꿈을 말리며 집어 올릴 때
제 살을 오려내어 공중에 붙이는 달의 궤도처럼 너덜너덜한 궤적을 오려 붙이는,
묽은 화약을 꽉 채운 당신의 총대가 가엾어 보인다
댓글목록
시꾼♪님의 댓글

기분으로 된 세계
최 호 일
다섯 장의 종이를 오려 기분을 만들었다
다섯 장의 종이가 되기 위해
팔과 다리가 모호해진다
아홉시가 되려다가 아홉시 이후가 되는 시곗바늘들 모든 밤이 저녁을 이해하고 아홉시를 용서했다
빗방울을 세기 위해 열 개의 손가락이 생겼고
맥주를 따다가 손을 발견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손목에
백합이 피어 있다
음료수 병을 지나 꽃과 부딪친다 나는 이 거리예요
거리를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의 기분이 된다
기분이 필요한 다리를 건너
기분으로 만든 기둥에 대해
조금 춥다면 기침을 하자 겨울이 올 때까지
밤을 말하려다가 공을 놓치고 손이 으깨어졌다
컵이 깨져 잡을 수 없을 때
컴은 배경 음악이 없고
당신과 낭떠러지와 자동차 바퀴는 한통속이다
저기 날아다니는 것은 작은 벌레인가 시간의 눈인가
밤을 말하려다가
건반 위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를 이야기했다
고양이를 만나려면
고양이의 기분과 피아노가 필요하다
시꾼♪님의 댓글

아쿠아리우스
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동피랑님의 댓글

오도독 오도독 이 소리는 용각산 소리가 아닙니다.
시를 오줌 누는 것으로 아는 반풍수가 물의뼈를 오독하는 소리입니다.
한동안 발전소 가동을 안 하고도 이정도 볼트면 총알보다 빠르고
치명적인 듯합니다. 멋진 서울 주말 빚으시길 비랍니다.^^
시꾼♪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도 날씨가 뿌옇습니다 또 한해는
달력을 몇일 남겨 두지 않았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한 해가 절벽입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맛나게 드십시오
어느 동행이던 동행은 아름다운 것인데,,,
다음 번 동행을 기약하겠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너는 흐려있고 나는 ~ 지느러미가 있다, 는 의도적인 걸 알겠는데
나머지 부분의 글자체와 글자의 크기가 다른 것에도 어떤 의도가 있나 싶어
한참 헤매다, 통째로 복사!
한글에서 ‘의도 없음’으로 단정하고 새로 편집해서 읽었습니다.
호흡은 달랐지만 ‘겁나’ 좋았습니다. 한 줄 한 줄 모다
시꾼♪님의 댓글의 댓글

글자 크기가 다르게 보이나 봅니다 제 컴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는데 갸웃?
시를 짜는 일은 나를 짜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몇년 더, 더 혀가 빠지게 굴러야 한 뼘이라도 영토를 가지겠다
이 생각입니다^^
점심 맛나게 드시고 주인공 얼굴 잘 다듬으세요 ㅎ
활연님의 댓글

계룡산에 칩거하며 장풍을 연마하신지 모르겠으나,
나 꾼이야! 하시는 듯.
공부는 모름지기, 아무도 모르게 닦아야 한다, 해마다
키가 이미터씩 자라면 곧 구름마을에 닿겠습니다.
대지를 내려다보며
참 다들 애쓴다, 할지
너무 높이 솟았다고 교만해지지는 맙시다.
꾼님은 아이돌Q가 이백은 넘을 듯.
곧, 문단 기둥뿌리 뽑아 휙휙 집어던지겠습니다.
요즘, 이곳에 잔칫상 풍성.
낼 뵙고 술은 딱 한잔만.
시꾼♪님의 댓글

요즘 눈도 안좋아서 책도 가까이 하질 못합니다 눈이 좋을 때는 무슨 짓을 한다고 책도 안보고 눈 나빠지니까
책본다고 염병하는 저가 참 우습니다 ㅎ 그러고 보면 저는 책을 읽은 순서가 만화책 , 무협지( 이건 12톤 트럭으로 몇 차분은 봤음) 프르노 잡지 (ㅋ) 다음에 추리소설 , 다음에 에세이집 ,다음에 시중에 파는 문학소설 역사소설 그다음에 시집을 봤습니다 ㅎ 그러보면 시, 이것이 계급이 참 높아요 뭐든 거꾸로 달려온 삶, 이제는 물구나무 끝내고 똑바로 서서 직립보행을 해야하는데 워낙 역천을 많이 꿈을 꾸었으므로 그런 순한 날이 올지 ..
첫사랑이 주는 술을 누가 거절한다 말이고 ^^
시엘06님의 댓글

신선한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한마디로 '우와, 멋지다'입니다.
이거 신발끈 단단히 조여매고 쫓아가야할 듯 ^^
그저 몇번을 읽어봅니다. 정말 좋네요.
시꾼♪님의 댓글의 댓글

오래 전 끄적 한 것 버리기는 아깝고 보푸라기 걷어내고 가위로 뭉턱 잘라내고 덧단 좀 달고 구멍 난 곳에 박음질 좀하고
마침 이미지가 어울리는 것이 있어 올려 본 것입니다 ^^
신발끈 조여매고 쫓아올 것도 없습니다 이미 나름 경지에 들어가신 시엘님
단, 심미적 행마는 긴장감을 잃지 않았을 때 시적으로 유효하다는, ,,,, 것
긴장감을 잃었을 때 자칫 잠언 같고 독백 같고 말 그대로 몽환이 되는,,,,
이 부분만 업그레이드를 확실히 한다면 한국문단 기둥에 시엘이란 이름이 선명하리라 믿습니다 ^^
몸집이 좋은 시엘님 털보 시엘님 러브해요 ㅎ 내년부터는 정말 작심하고 우리 식구들 공부 열심히 합시다
허영숙님의 댓글

좋은 시로 창작방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만나서 반가웠구요
앞으로도 좋은 시 자주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