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1】 별이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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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최정신
지평이 마지막 축제로 난분분합니다
산발한 노을 뒤쪽 어둠의 적요가 신산합니다
낱알을 익힌 죄가 나의 무덤입니다
나의 절규는 세상에 닿지 못한 비명이며 까마귀 날개로 치는 화폭은 폭풍의 난장입니다
짐승의 울음을 닮은 음악은 고뇌의 절규였으니 절망으로 빵을 빚는 나는 나의 영혼에게
씻지 못 할 자해를 가했으므로 바람의 혼을 빌어 밀밭에 몸 섞을 때가 왔습니다
불안한 심연을 다스르지 못한 나는 내게 미안합니다
고갱이 떠난 삶은 궤멸의 나날,
스멀거리는 이명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귀를 잘라 짐승의 울음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렵니다
비천은 빈 가죽부대가 그린 허상이므로
활화산 불꽃으로 재가 되어 서른 일곱 해 종착지에서 평안을 얻으렵니다
오, 아를로의 붉은 태양이여
구원 받지 못한 생의 뒤안길에 은총을
자화상을 해바라기처럼 경외합니다
나를 향한 총부리는 내게 뿌리는 향유,
유성의 별무리로 유서를 그릴 수 있다면
남은 생 따위는 구차한 사치입니다
로노강 별에게 갈까마귀 우체부를 보냅니다
스타리 스타리 나잇* from 빈센트, 반 고흐,
*돈 맥크린의 <빈센트>가사에서 차용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시를 쓰신 분이 아마도 사십 초반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무당벌레 옷 벗고.
강렬한 필치처럼 시 또한 강렬한데, 외려 부드럽게 언술하셨네요. 그렇다면
두 살 보태겠습니다.
솔직히는 이 房에 놓기에 아까운 건 아닌가
단숨에 쓴 것이 아니라, 항아리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몇 번 찍어 맛보고...
우연, 간장독 속을 보면 맑은 칠흑 같은 빛깔이
간 속을 파고드는 그 옻칠한 듯 오묘한 빛깔이 우러나는데
사십대 초반에는 이 정도는 쓰야 한다!, 뭐 그런
노련한 뒷다리후리기 기술 쯤으로 보이는데.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있는데, 한곳으로 집중하네요.
고흐는 반 미친놈이지만,
그 강렬한 예술혼은 오래 남을 것이므로
이 시 또한 스스로 귀를 자르고 피를 철철 흘릴 것을 믿습니다.
다시 한주의 시작,
오늘밤은 방황하지 말고 일찍 자야겠습니다.
좋은 시 감상했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여러가지 이미지(고민하던) 쪽집게 점쟁이십니다
제 머리도 못 깍는 주제가 언감 월권을 한거지요
불운의 예술혼에 대한 안쓰러움을 짜깁기 해 보았습니다
통쾌, 상쾌, 유쾌한 한 주 되세요.
李鎭煥님의 댓글

시제가 「별이 빛나는 밤에」라서 앳된 소녀속인가 했네요.
지독히 내 속을 뜯어 해부라도 해봐야겠습니다.
로노강 별에게 갈까마귀 우체부를 보내기는 이르다 해도,
찌릿하는 가슴을 움츠리고 가네요.
시꾼♪님의 댓글

나는 녹슬지 않은 외모에 사십 초반인줄 알았는데 ,,, 음 조금 더 ,,,그냥 40대라 읽는다
비극에서 비경으로 옮겨온 듯 어떤 비극의 내재율도 이만큼만 펼쳐지면 화폭이 되겠다
이 시를 점자로 읽어 보았는데 손끝이 찌릿합니다
좋은 시한편 잘 감상했습니다 ! 오늘 하루도 굿 하십시오 ^^
金富會님의 댓글

제 18번이........vincent 라는 것을 어찌 아시고.....^^
암튼, 좋은 시 읽고 덕분에....그 노래 흥얼거려 봅니다....
시가......봄을 향하는 듯합니다.
............벌써요
이종원님의 댓글

고갱도 잔인할 만큼 아름다움을 느꼈을까요?
노을 뒤쪽 어둠의 적요를 보았을까요?
별이 빛나는 밤이 아닌 별이 부서지는 밤처럼
저도 그 향유를 흠뻑 맞고 향기를 뿜고 싶어집니다
아무래도 제게 갈까마귀 우체부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노래를 따라부르며 별이 다시 빛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감상 잘 했습니다.
송년 모임의 규모가 대단하군요.
내년엔 꼭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욤^^
은영숙님의 댓글

최정신님
존경하는 선생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멋지고 어려운 주옥같은 시에 공부 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최정신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