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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7 】어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05회 작성일 15-12-08 07:49

본문

 

 

 

 

 

어리*         /     이 종원
꽤 바쁜 시간에도 가끔
성급한 나를 붙잡아두고 싶을 때
한 종지 어리굴젓이 부록으로 나오는
추어탕 집에 간다
미꾸라지에 시래기 뚝배기까지
정독해야 할 맛이 넘치는데 부록 또한 깊어
기다림을 많이 할애해야 하지만
얼간을 맞추는 비율에 나를 비비고 싶어
흔쾌히 다리품을 판다
시간에 쫓겨 속독을 강요받는 세상
권수를 세는 다독에 점수를 주는 사회
수박의 겉만 쪽쪽 빨다가
맛도 모른 채 성급한 결과를 내놓는 현실
어리는 그 몇 점을 덜어놓게 하고
사색하게 하는 맛이 있다
담가놓으면 언젠가 꺼내어
음미할 수 있는 저온 창고처럼
항아리를 얼마큼 비워두고 살아가자
어디선가 마주칠 수 있는 어리가
고픈 여백을 채워줄 테니까
 
 
* 어리- 일부 동물 명사나 식물 명사 앞에 붙어
         ‘모자라는’, ‘덜 갖추어진’의 뜻을 더하는 말. 

 

추천0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등!
학창 시절 꼴등만 하고 살아서 한이 돼서요,ㅋㅋㅋ

'시간에 쫓겨 속독을 강요받는 세상'과
'권수를 세는 다독에 점수를 주는 사회'와
'맛도 모른 채 성급한 결과를 내놓는 현실'이라는 행은
더 이상 퇴고 못하게 댓글로 사진을 찍습니다.

어리바리한 댓글에 어이가 없으시겠지만
어떡합니까....좋은 걸.ㅋㅋ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현로 시인님!! 활연 샘!!!
부족한 글에 늘 머물러 주십니다.
지쳐있는 제게 주는 한바가지 물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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