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7>한 편의 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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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를 위하여 온갖 새들이 그렇게 울었나 보다
언제 적부터인지 내 가슴에 설렘이 있더니 생긴 가슴앓이
시도 때도 없이 펜을 들고 덜덜 떠는 증상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필체 작은 일에도 참새처럼 두근거리는 심장
용한 의사에게 물으니 시니컬한 병이다 시큰둥하여 하는 말
시를 지어 먹어야 그 병을 고치니 시 한 편 지어 먹어보면
차도가 있으리라 내미는 처방전 들고 어떻게 해야 시 한 편
짓나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사는 게 다 시다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면 그게 시다 그러면서도 좋은 시는 따로 있다고
한다 무엇이 좋은 시 인가 좋은 시는 쓰지 못해도 나쁜 시는
쓰고 싶지 않아서 어떤 것이 좋은 시요 물었더니
울림이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야 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의미를 확장하고 톡톡 살아 숨 쉬는
색깔 있는 시어를 찾아야 한다 무어는 해야 하고
무어는 해서는 안 되고 무척 긴 목록의 시의 지도를 준다
단단히 표시된 시의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서는데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고 황새가 거울을 보다가 모가지 긴
호리병 속에 부리를 넣고서 낚시질하듯 시어를 쏙쏙 빼서
꺼내 먹는데 나도 그래야 하겠다 싶어 호리병에 짧은
입을 넣을 수 없어 제일 가늘고 긴 내 신체는 손목이라
손을 넣어 휘휘 돌리니 감촉 좋은 활어 몇 마리 손안에
든다 손에 움켜잡고 빼내려하니 도저히 빠지지 않는다
누가 보더니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쥐면 쥘수록 빠지지 않죠
한마디에 깨달음이 있어 결국은 내려놓고 보는 시 시간만 보낸
시시한 하루 시의 길이 어디인가? 황새 색시 따라가다
가랑비 만나니 가랑이 사이 옷이 다 젖는다
시는 들어가는 길은 있어도 나오는 길이 없다
나갈 길이 없다고 하니 막힌 길 이제 어떻게 하나
다 늦은 저녁에 눈 밟아 길을 내는데
바람이 넘어지며 내는 풍경소리 뎅그렁
시 한 편 짓는 것이 참 어설퍼 앞에 간
발자국 따라 허둥지둥 걷는 걸음
한 편의 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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