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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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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2회 작성일 17-06-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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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독


아무르박


살아야지
암 독하게 살아야지
이 세계에 종말은 못 보겠지만
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개처럼 살아야지

건널목 앞에
언제부터인지 모를 노인이 좌판을 벌였다
그래 봐야 콩 한대
미천이라고는 마늘 까기
나물 다듬기
멸치 똥 멸치 대가리 발라내는 일

건널목의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이쪽과 저쪽
생은 무수한 실금들을 밟으며
나는 또 어떤 곡예를 할까

그리고 잊혀진 그 할머니

아침이면 만나는 꼭짓점에
그녀와 나 사이에 변두리가 있다
무심한 시선
무심한 발걸음
그리고 무심한 마음
요 며칠 그녀의 부재가
나도 모르게 중앙선을 넘어서게 한다

할머니 콩 한 대 주세요

그녀는 말없이 콩 한대에 덤을 얹어 내고 있다
콩을 싫어하는 내가
그녀의 삶을 거덜 내고 있다
건널목를 건너는 등을 보인 사람들
마주 보는 사람보다 왜 고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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