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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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복서
잽으로 쓰고 훅으로 날려라
한 번도 KO 시켜 본 적 없다
그것도 심판전원일치도 아닌, 겨우 절반을 넘는 판정
링에 오르기만 하면 잘 들어가던 잽도 거리를 미치지 못하거나
상대의 더킹에 속수무책 헛손질이다
어쩌다 시야에 들어온 관자놀이를 향한 회심의 훅은
글러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공전하듯 타원을 그리며
부메랑처럼 중력을 안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가상이란 교과서적 교본을 아무리 달달 외워도
링에만 오르면 은유법도 직유법도 유인법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양팔을 마구 휘두르는 바람개비 권법이나 풍차 권법이 되고 마는 필법
독자는 지치거나 쓰러지지 않는 샌드백
그저 한번 휘청거리듯
좋네! 한마디면 끝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헛손질에는 한계가 있는 법
아무리 골리앗이라 해도 몰매에는 장사 없다
링 밖 코치 목젖 찢어지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마지막 라운드라고 해도
힘 쫙 빼고 정석 스텝 밟고 잽잽 하다 보면
스러지고 말일
처음부터
레프트 훅에 라이트 스트레이트 한방이면
다운되고 말 것처럼 보이는 독자들
맷집 장난이 아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복서로 변신한 시인의 고민이군요
갑장님 권투실력이 출중하십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회심의 어퍼컷 한 방
기대하겠습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ㅋㅋ 갑장님이야 맞아줄까 원원
덥습니다. 유의하시구요.
마로양님의 댓글

늘 독자의 가슴에 돌 하나를 풍덩 던지면 멀리 멀리 퍼저만 가는데
무슨 겸손한 말씀을요
시인님의 시를 읽을 때마다 깊은 울림으로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한 번도 KO 시켜 본 적 없다!
한 번도 이겨 본 적 없는 놈도 있습니다요.
자폐적 옹알이가 니킥인 줄 알았는데.......
홀딱 벗고 벌리면 뭔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 손가락
치질이라네요.
배설이 영 시원치 않은 요즘입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에 의미를 두어보지만, 소나기나 장맛비 폭우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안타가 점수를 만든다 하지만, 어찌 홈런이 그립지 않고 호쾌하지 않겠습니까?
잽도 쌓이면 승점이 된다라고 위로하지만, 사실은 훅이나 어퍼컷, 스트레이트의 묵직한 한방으로 KO 가 왜 그립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무게가 실리지 않는 주먹을 스스로 위로해 볼 뿐이지요...
자주 내뻗는 큰 주먹, 결정타를 가지고 있음에도 겸손한 말씀이시군요...형님!!!
다음엔 훅이나 어퍼컷으로 형님의 진짜 모습을 써주시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