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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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시계가 신음을 한다
시침과 분침을 모아 자정(子正)의 때를 알리며,
깊은 밤의 공소(空疎)한 피를 말려가며,
지나간 하루의 부피만큼 박제를 만든다
친근한 불면(不眠)과 함께, 이렇게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건
잔뜩 망가진 몸과 지친 영혼, 그리고 곤궁한 삶이 인생에
차갑게 선물하는 진동(振動)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음울한 원근(遠近)의 가엾은 형제들이여,
이렇다 할 행운도 갖지 못한 폐허(廢墟)의 가슴을 지닌 자매들이여,
오늘도 까만 밤하늘엔 맑은 별들이 서로의 사랑을 도란거리고
가슴에 빛나는 꿈을 채워가는 달은 어둠 속을 즐겨 걷는다
그러니, 고단한 우리들도 한 밤 쉬고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이 밤이 지나도록 가슴 조이는 환한 희망을 안고 내일로 나아가자
가벼운 날개짓 하는 은색(銀色) 구름들이 무리지어,
저 차디찬 암흑의 공간을 아무 망설임 없이 날으는 것처럼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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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고맙네요... (웃음)
신광진님,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신광진님의 댓글

저희 창시방은 이미지는 안됩니다
위에 게시물 보세요
왜????????
말을해도 그러십니까
공동체는 모두 지키라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미지 두편다 올리시고 뭡니까
저희방에서 규칙을 지켜 주세요.
활연님의 댓글

요즘 시는 감정이 없는 무척추동물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시인님의 시에는 진솔한 인간의 체취가 있습니다.
아픈 것을 아프다 하고 슬픈 것을 슬프다 하고, 그렇다면
기교 이전에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으로 호소하는 건,
마음에 전달되는 자장이 크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대의 현란한 시 마술을 거역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시의 형식이든 장단은 있을 테지요.
밝은 곳으로 이끌고자 호소하는 것이 공동체 마음을 위안하겠다,
그렇게 읽었습니다.
물가를 생각없이 걷노라면 도깨비바늘도 달라붙고 그러더군요,
미륵이 아래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듯이...
따습고 건강한 날 지으십시오,
여기 창밖에 첫눈이 희끗희끗 비치는 밤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에..
과분한 말씀을
요즘은 정리 삼아, 지난 글들을 되돌아 봅니다 - 버릴 건 버리기 위해
돌아 보니, 이걸 글이라고 썼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