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짧은 여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길고도 짧은 여행
은하철도를 타고 몇 십년째 어디론가 가고 있다
처음에는 높은 역에 가려고 했는데
칙칙폭폭 소리에 역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언제쯤 하차할 수 있을지
그 역 이름을 겨우 생각해 낼 때쯤이면 난 어른이 되어 있을까
피곤해진 몸에는 새로운 레일이 생겨났고
그 레일위로는 은하철도가 운행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 출발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숨겨두었던 차표로 갈아타보려 했지만 유통기한 초과로 거부당했다
어른인지 아이인지, 앉았던 좌석은 변함이 없는데
누군가에 의해 강요당하는 듯한 초조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나치는 행성에라도 내리고 싶어
차 문을 여니 발밑은 허공
발 디딜 곳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1호 칸부터 999호 칸까지 단단하게 연결된 결심에는
나같이 어리바리한 승객의 요구를 무시하고 말았다
한참 울다가 눈을 뜨니
눈물 속에 금방 보았던 역하나가 툭 떨어진다
잠깨어 놀란 아내의 눈동자 속에는 은하철도가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 그 철도는 아내의 살림살이로 변해 매일 식탁 위에 올렸다 했다
이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미 수많은 역을 지나쳐왔기에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있음을
작은 어른으로
철도에 다시 승차한다 다음 목적지는 그 곳이기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