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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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 이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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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름을 올리지 못한 |
그의 호적부를 열람했다 |
아는 체하는 이 없었으니 고아였을까 했지만 |
뿌리 없는 족보가 있겠는가 |
산이라 불리지 못하고 |
한쪽 능선을 붙잡고 졸아붙은 애증 |
버렸거나 놓친 자상이 깊은데 |
선뜻 먼발치부터 걸음이 울고 있다 |
쉬이 돌아보지 못하는 어깨가 신음을 앓고 있다 |
기생(寄生)의 오명을 벗기 위해 |
손바닥으로 가렸던 먼 하늘을 펴고 |
꾹꾹 눌러 쓴 이름 |
비로소 허리를 돌아 근친이 된다 |
단숨에 올라 갈기를 만졌을 때 |
경수가 그친 후로도 자리를 붙들고 있던 그녀 |
찢어진 족보를 맞춰보지 않아도 |
마주 선 억새의 울음소리 |
부러진 혈통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제주 오름은 사실 기생이 아니랍니다
그 오명으로 산 세월이 거의 다지요
말씀대로 비로소 산의 근친이구나 싶습니다
우뚝한 것이 오직 하나
한라산의 위용 탓이겠지만
산은 산인 게지요
억새의 울음소리가 마치
그 억울함의 한풀인 듯
부러진 혈통의 회복
감사합니다
제주 사랑하는 시심!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아주 조그만 오름을 만났습니다
눈여겨 보이지 않아 언덕쯤이라고 불릴, 그래서 산이라는 이름은 감당도 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러나 거기서 산의 깊이와 넓이와 마음을 보았습니다
운이 좋은 날이었지요...
늘 가깝게, 살갑게 다가오는 제주의 자연은 우리와 나의 삶의 한 부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근합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오름하면 제주도 구릉의 고유명사가 된 듯도 싶은데
자연을 재료로 한 듯한데 사람 사는 얘기로군요.
풍경이 이미지에 이바지한다면 사유는 그 그릇에 담긴
찰랑거니는 물이겠습니다. 그 투영이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울음소리 캐내고,
최근에 저는 제주도 표피만 잠시 훑고 왔는데 진득하게
우려낸 시.
어깨 위로 햇살 총총 내리는 느낌.
세상을 환히 보고 아픈 자의 곁을 지키는 마음일 것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산정에 꽂히는 선한 햇빛처럼 온기슭 온기스락 환히 비추옵시길.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이 어찌 산이며,오름이며, 세월이겠습니까?
목표를 쫓고, 거산을 찾는 걸음에는 미치지 못할 작은 사람들과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곁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도 찾아주지 않으면 그저 멀리 서성거릴 뿐,
잊혀졌던 기생화산이 새로운 이름 '오름'으로 탈바꿈되어 사랑거리가 되어가는 것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작은 삶도, 소시민의 부족한 생활도, 그렇게 엮여져 활화산의 기억으로 빛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깊고 넓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활샘!!!!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주십시요... 축하 인사 드릴께요...
톰소여님의 댓글

제주 오름의 억새가 한창이겠군요.
고귀하지 않은 혈통은 없다는 듯
지나는 바람에 시위하고 있을 듯도 싶고요. 잘 감상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작위적이 아닌 정말 자연스러운 억새의 속삭임이 모처럼 찾아준 사람들에게 환영의 인사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번 그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 오늘의 노래를 듣고 싶어집니다
고맙습니다. 톰 시인님!!!
최정신님의 댓글

역시 시인의 발길은 빈걸음 안하였군요
오름을 건졌으니 헛길은 아니었을...
사촌이 땅을 삿으나 배 안아픈 조화가 뭔조화래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선생님의 평소 말씀이, 시인은 어느 자리에 있어도, 무엇을 보고 만나더라도 그것이 시제라는 말씀....
깊이 마음에 새깁니다.
땅은 사지 못했고요, 그저 마음속에 임차해놓았는데...임대 기간이 언제 만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걸음에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저녁입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오는 날이 장낭이구랴~~
님도 보구 뽕두 따가지고 갑니다.
지 응딩이 흔들리는 거 보여유~~
에취~ 조심하이소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그러게요. 저도 영록 형님의 따스한, 구수한 글 맛나게 먹었습니다
웃음 소리 들려요... 잊어먹지 않게 얼굴도 보여주시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