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창작시

낫살이나 처먹었지 하는 꼬라지가,

전봇대 아래 엉거주춤 뒷발 하나 들고 서서 누르스름한 더운 물이나 슬그머니 찍 갈겨놓고 말이지 부풀부풀한 꼬랑지 사타구니에 달싹 내려 붙이고 슬슬 사람 눈치나 살피며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말이지 콧구멍 벌름거림서 양은 밥그릇 아래 엎질러진 쉰 밥 덩이나 허천나게 핥아 대는 한 물 간 수캐.

낫살이나 퍼먹었지 또 한다는 짓거리가,

싸릿대 개구멍 뚫고 마당 가로질러 토방 아래께에 벌러덩 배 까뒤집고 눕더니 말이지 불알 두 쪽 덜렁거림서 헛발질이나 몇 번 하다가는 말이지 몸뚱이 굴려 뒤집어 헌 비료 포대 위에 의젓한 자세로 앉더니 말이지 그러면 그렇지 껌벅 껌벅 낀 눈곱을 떼어보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는 말이지 이도 저도 안 되는지 턱주가리 한껏 벌리고 흐아악 하품이나 해대는 팍삭 맛이 간 수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