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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2회 작성일 15-11-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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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정오를 지나다

우린 자꾸 걸었습니다

도달할 수 없는 속도로 계속 걸었습니다

아닙니다 우린 이미 도착하면서 출발합니다

도달할 수 없는 속도로 계속 걸었습니다

뒤돌아 걸을 수 없는 자세입니다

계속 걷지만 이미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도착점의 좌표를 읽을 수 없습니다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실격입니다

걸음이 지워집니다

걸음 소리도 소거되어 고요합니다

두 다리의 기억이 없습니다

허허로운 곳을 참 열심히 걸었습니다

아직도 걷습니다

실크로드의 옆길이었습니다

차마 고도의 뒷길이었습니다

길도 사라지고

다리도 사라지고

발자국도 지워지고

그래도

나는 자꾸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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