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4>달착지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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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지근한
달팽이걸음
고추 밭에 앉은 것이
고추잠자리 뿐은 아니지
어둠이 낮의 눈을 점점 가리는데
장날이라 한 잔, 늦사리 집으로
가는 길인데 저 쪽 분원리 언덕 밭떼기에
달이 얼굴을 벌겋게 달구어 오르는데
사기막 고집통 늙은이 후처로 왔다는
소문 요상한 처자 뭐가 급한지 사람이 오는지
살피지도 않고 고추 밭에 뒤 돌아 앉는데
둥근 달덩어리가 떠오르는데 고추 밭이 훤할만큼
빛나는 허연 달항아리
암고양이 갸르릉거리는
소리 잠시 부시럭 하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
항아리가 달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데
윗달과 아랫달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교묘하게 뜨고 앉고 하는데
그 처자가 앉았던 고추밭의 고추가
빨갛게 달아 먼 달빛에 젖어 몽롱한
헛 기침 소리에 몸을 터는데
댓글목록
야랑野狼님의 댓글

달과 풍만한 여인을 해학으로 풀어낸 시력(詩歷,視力,) 대단한 통찰력에 감탄합니다.
모처럼 허허롭게 웃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팽이걸음님의 댓글

야랑野狼 장영관 시인님
귀한 발걸음 멈추시고 좋은 말씀까지 남겨주시니
고마운마음 감사드립니다
건강 살피시고
좋은 글 날로 빛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