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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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탁
글 이 영태
15층 거실의 건너편에 호수 같은 바다가 앉아있다
해풍에 실려온 갯내음 밴 바람을 식탁에 펼친다
고향 바닷가 허스름한 멸치막 양철지붕 위로
바닷물에 염포하는 생멸치 삶는 냄새에
허기진 배 더 굽게 했던 그 알싸하고 비릿한 향수가
콧잔등을 타고 내려오니 눈길이 부엌을 향한다
고소하게 멸치를 볶으며 누릉지를 끓이는 아내의 뒤태가
평화와 안락으로 그윽하다
식탁 위에는 뼈 갈라낸 잘 볶은 멸치와
조갈치로 정성을 기울여 으깬 누릉지 한 사발과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종지기에 반쯤 채워진 김칫국물의 진상이
어떤 밥상보다 진하고 싱그럽다
푸른 바다와 플라타나스의 유영과 조촐한 식탁 위의 생명들이
서로 어루는 햇살의 간지러움에 행복에 겨워 꼬물댄다
댓글목록
육손님의 댓글

정말 훌륭한 작품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이렇게 시로 풀어 내는 일은 등단 10년차 이후로도 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등단 시인들은 몇가지 소재로만 훈련 했기때문에 다양한 소재로 시쓰기는 아마추어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이 시는 소소한 일상에서 주는 감상과 설득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읽힙니다.
정말 훌륭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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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디골님의 댓글

시인님의 과찬이 쑥쓰럽습니다.
시를 써보면서도 늘 어렵다는 생각과 시를 올리면서도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시를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이 블로그의 시를 많이 읽으며 배움하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오니 기꺼히 채찍질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