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도로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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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도로를 따라 / 테울
나의 요람은 할머니 품성처럼 너른 바당을 품은 큰갯물, 비릿한 그 느지막이 겨우 기저귀를 채우고 청운의 한라산을 가로지르던 첫 출근길이다
편도 1차선 길목 도래물은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금의 회수, 굽이굽이 아리랑 쓰리랑의 혼령들이 스치고 돌고 돌며 오르고 오르던 험난한 신입은 오백나한이 지키는 영실 입구를 지나친다. 아마도 이쯤이면 노란 추억에 제법 길들여진 초록의 중견이었겠지
그것도 잠시, 생의 반을 넘은 거리, 정상을 정복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그 고지에서 한 숨만 푹푹 쉬고 있는 정년의 단풍이다. 이제부턴 시동을 끄고 북벽 벼랑을 품은 바다를 향해 낙엽 지듯 구르기만 하면 된다
채 한 시간도 못 되는 짧은 여정 그 어중간에 어리숙한 어리목이 슬쩍 비치겠지
이윽고 기웃거리는 도깨비를 물리치는 순간 얼핏 초장에 잠시 머물렀던
옛날로 돌아오라 손짓하는 오라동이 얼씬거리겠지
마침내 4차선 애조로로 좌회전하면 마치 무덤 같은
지금의 외도, 그 귀퉁이로 문득
내가 보이겠지
이리저리 남은 시간을 때우는
중늙은이가,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도로야 차만 타면 훌쩍이지만,
사는 길은 왜 이리 변덕도 많고, 변수가
많은지,
한 가지라도 성취했다면,
내려다보는 중늙은이의 시선도 흐뭇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이순의 시간이 40km도 안되는 거리, 순간이네요
이리저리 구부러진 길, 오르락 내리락
1,100미터 고지까지
함께 동행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오늘은 천도 부족해 일백의 꼬리를 단 하이웨이를 달리시네요
오라동에서 무덤 같은 외도, 외로움에 찾아 가셨겠죠?
그래도 외도는 아니 되옵니다, ㅎㅎ
심각한 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테울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공중에 자리 잡은 하늘도로지요
70년대 초반 죄인들을 부려 건설했다는 제2횡단도로
그래서 그런지 도깨비들 우글거린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1100도로를 따라,
언젠가 저도 몇번 지났던 길 같아 마음이 번쩍 열립니다.
무덤처럼 보이는 외도도 삶의 풍경이 정감 넘치는
시인님의 마음 같아 글을 읽은 때마다 제주의 풍경이 아련히 스며 옵니다
평안과 감사를 드립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요람에서 무덤까지 예행연습차 달려본 도로입니다
곳곳 과거의 때를 벗기며...
그 행간의 지명이나 풍경들이 흡사
인생살이를 닮은...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시원하고 쓸쓸한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 오는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에 잠기셨을 시인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김태운 시인님 감사합니다
활기찬 하루 되십시요^^~
김태운.님의 댓글

시원하면서도 쓸쓸한 바람///
그렇네요
지금의 심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