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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4>소천(召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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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8회 작성일 15-11-10 09:39

본문

 

 

소천(召天) /

 

어느 가을날 나뭇잎처럼

똑 떨어지는 게 一生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 잎이 모두 져버렸으면...

긴 병에도 효자가 되려던 그의 얼굴은

쪼글쪼글해진 은행 껍질 같았다.

 

발등으로 수북이 이파리를 들어 올리던 그가

이게 몽땅 돈이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릴 때

은행나무는 뒷짐을 지고 가만히 서 있었다.

 

노란색이니까 오만 원짜리겠네

대충 세어도 돈벼락 속에 발이 푹푹 빠지겠네

속내를 보인 게 창피한지

가로수처럼 서 있던 그의 눈가엔

저녁노을이 배어들었다.

 

앞뒤가 똑같은 돈을 찬바람이 뒤집어보고 있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었다 그때

길었던 一生이 똑 떨어졌다.

 

고개를 숙인 그가

은행나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자

발이 푹푹 빠지는가 싶더니 

이내 은행나무가 되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 중에서

제일 깨끗한 이파리 두 장을 봉투에 넣고

삐뚤빼뚤

부의(賻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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