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5] 텁텁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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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한 추억 / 정채균
오전반 학교 다녀오면
아이는 깊은 샘 시원한 물 길어 채소밭 큰형에게 갔다
한 되짜리 주전자에 물방울 맺히고
막내는 땀 훔치며 넘치지 않게 조심스러운 발걸음 했다
중학생 소년은 무거운 두 되짜리 주전자에 농주 담아
양쪽 손 번갈아들며 모내기 새참 배달했다
목말라 호기심에 한 모금한 막걸리 뱉어버리며
이걸 왜 마시는지 알 수 없었다
청년이 되어 친구들 모임에는 탁주가 필수였고
시금털털한 맛에 입술 훔치며 노가리 안주 씹었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술 한 잔에 배를 불리고
서툰 팝송 흥얼거리며 젓가락 장단 맞추니
양재기와 주전자는 쪼그라져 갔다
어릴 적 주막 다녀온 할아버지 누비바지 적셔 엄마 푸념 들었는데
손자는 댓돌 아래 소낙비 퍼붓는다
이제 쌀은 물론이고 달착지근한 여러 전통주가 나오는데
제법 배가 나온 양조장 아들 동무와 홍탁(洪濁)을 나누고 싶다.
댓글목록
창랑님의 댓글

하림 시인님 안녕하세용ㅎㅎ
글 속에 갈바람 따라 흘러간 세월이
하얗게 숨 쉬고 있는것 같네요...
자주 들리세요,,,
나문재님의 댓글

그랬었지요, 홀짝홀짝 한 모금, 또 한 모금...그래서 빨가스럼한 얼굴로
술주전자 아버지 앞에 내어놓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