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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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콜론
<끝이라 할 수 없다
그렇게 표기하기엔 나는 너무 하염없다
하나면 족하리
나라는 문장을 부연설명해줄 확고한 서술이라면
다시 마침표를 들어낸다 쥐어본다
지난지난지난지난지난지난지난
,것들과
순간 위를 구르는
36.5 ˚C 언저리를 긋는
,한 방울의 땀
나는 그런 형식의 구두점으로서 너를 기다린다>
*
열차가 지하를 지날 때 보았지
건너편 유리창에 비친, 아무래도 그 너머에 있는
검은 공간 속의 나를
졸고 있는 남자와 핸드폰을 만지는 여자의 어깨 사이로
너도 나를 힐끗 보았다
너는 내게 무엇을 확인하고 있나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노래가 그곳에도 흐르는가?
반쯤 투명한가?
열차가 지상으로 뛰쳐나오고
유리창이 너 대신 빗물을 투영했을 때도
개찰구를 통과한 내가 완전히 돌아온 후에도
아직 그곳에는 네가 남아있는 거라면
영구적이라 믿었던 추억의 밑바닥이
네가 횡령이라도 해간 탓이라면
뒷주머니에 지갑을 확인하듯
내가 나를 만져볼 때가 있다
나라는 부피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아마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세미인 거지
투명도 실제도 아니어서
비켜가는 손으로 빈 곳을 휘젓는 거지
내 머릿속에서 엉컹지는 불안의 빗줄기가
그곳에도 흐르는가?
너도 나이기 위해 마저 흔들리는가?
*
<끝이라 할 수 없다
어떤 시의 끝은 너무나 하염없었으므로
혹시 겹쳐있는 것은 아닌지 페이지를 헤아려보고
비틀어본다 가령,
56p와 57p가 등을 맞댄 그 사이에
; 의 형식으로
너라는 서술을 기다린다
마침표를 이고 있던 순간의 몸통이 휘고 있다
끝이라는 무한이 열리고 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우리네 삶의 스토리에
수시로 찍히는, 콜론과 세미콜론..
부호를 빌어, 진술된 삶의 모습이
가슴에 진한 방점으로 찍힙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시작도 아니고 끝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우리 삶에 있지요
시는 발견이라는 것,
이 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창작방에 좋은 시 많이 올려주세요
최정신님의 댓글

창작방이 문학 저변확대의 순기능이 되는 것은
이런 글을 기다리는 이유일 겁니다
언듯언듯 담긴 서정인듯 자유인듯...참 좋은 시 읽습니다
면책특권, 닉 네임 자주 뵙길 청합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아~~ 이분이 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