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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 담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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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애증의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3회 작성일 15-11-08 00:26

본문

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사람들의 용쓰는 모습이 보인다.

고야, 쌌네, 쇼당, 안 받아

백 원짜리 고스톱에 애꿎은

한라산만 죽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월급봉투가 얇아지면

우리 집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득 찼다.

고리는 판 당 백 원 이었다.


날밤이 새면 쟁반 수북이

한라산, 장미, 파랑, 간혹가다 거북선

그들의 재위에 천 원짜리 지폐가 쌓여있다.

그것으로 쌀 한 되, 두부 한 모, 냉장고에

마늘장아찌, 김치로 밥을 지어 먹었다.


집안에 가득 찬 담배 냄새는

우리 식구들 옷 속에 품고 있다.

부엌에 석유 난로를 안방으로 가지고 와

큰 주전자에 보리차를 한참 끓이면

담배 냄새는 신기하게 없어지곤 했다.


엄마에게 물으면

보리차 냄새가 담배 냄새를 잡아먹는다

라고 말해주었다.

냄새는 서로 잡아먹는 존재라는걸 처음 알았다.


내 앞에 코를 막고 커피숍 가득한

담배 냄새를 얼굴로 싫어하는 그녀에게

여기에 석유 난로를 피울 수도,

보리차를 끓일 수도 없어

밖에 공원에 앉아

캔 커피로 야외 커피숍을 만들었다.


유난스레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있던 담배를 버리는 것이었다.

그날, 담배를 끊었다.



애증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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