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12 > 미로 > 창작시

                     미로

수목원 미로의 숲에 들어선다

앞을 막아서는 향나무 철벽

지도 한 장 없이

적진에 던져진 병사의 두려움이다

벗어날 수 없는 미로의 한 복판

막막함 앞에서 퇴로를 찾고

퇴로에서 다시 진로를 찾아본다

퇴로와 진로가 보이지 않는 삶의 길목

북극성마저 구름이 가리고

어둠은 길어 새벽은 쉽게 오지 않는다

검은 바람이 목을 조여오고

입속의 혀마저 둥글게 말린다

감지할 수 없게 퍼져 나가는 빈손의 탄식

나침반 없이 헤매는 젊음의 한숨이

어두운 숲에서 들려온다

세상이 파놓은 미로의 함정

아사할 수 있는 덫을 피해

지순한 눈을 크게 뜨고 망설이며 간다

닥쳐올 추운 계절의 미로가 두려워

마른 잎의 언덕을 헤매는 고라니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