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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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손성태
한 여인이 물레방아 도는 연못에서 걸어 나와
바위에 살포시 앉는다
단단한 포근함이 분홍색조로
양 볼로 번지다 입가로 모이고
살짝, 돌린 듯 만 듯
두 손을 무릎에 얹은 단아함 위로
국화 송이송이 피어난다
가지런한 다리를 가진 목이 긴 여인
시원하여서 슬픈, 눈맵시 위로
초승달이 은은히 뜬다
연못에는 연하여 물 떨어지는 소리
잔물결로 퍼져나가고
잉어 떼의 헤엄치는 모습 떠올랐다 흐려지고
그 위로 낙엽이 흩날리며 흘러가는데
푸름을 밀어내고 곱게 단풍든 여인
젖은 물기를 털어내며
바위 위에 중심이 되어 앉아있다
풍경이 따라 흐르다 나와 마침내
우화羽化를 끝낸,
파스텔 핑크 하나 가을국화에 둘러싸여
절정絶頂으로 멈춰 있다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가을 그 자체가 한 폭의 미인도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을 보든, 시인의 눈으로 본다면
삶 역시 ...미인도의 배경이 될 듯...
손 시인님...건강 여여하시죠?
水流님의 댓글

방금 금오산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반가운 김 시인님의 댓글을 접합니다.
그간 잘 계시지요?
넉넉한 웃음으로 늘 주위를 밝게하시는
김 시인님이야말로 멋쟁이 시인님이십니다.
건안 건필하시구 송년회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