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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2회 작성일 15-11-03 20:02

본문

 

 

겨울이 두 번 가고 담장에 개나리가 피어도

서울간 엄마는 오지 않습디다

3방 소년의 꿈은 점점 시들어갔지요

 

어느 날 소년은 또 영웅적인 거사를 모의하고 감행하게 됩니다

뒷담 개구멍에 아홉 살을 끼워 넣는데

보모가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짜릿한 거역이었어요

 

고향 동리까지는 신작로로 사 십 리

지름길로 가면 이 십 리 산길인데

그 어린 것이 인적 없는 외진 산길을 어찌 넘었는지

 

탱자울 사잇길 지나 그립던 사립문을 밀쳤지요

떠날 때 키를 재 둔 살구나무 가지들이

노을을 밀치고 소년을 반겨주더군요

 

누나! 나야! 동이 왔어! 하려다가

얼른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작년 추석날 보육원에서 도망 나온 나를

싸릿대로 개 패듯 패던 막내 삼촌이 안에 있을까 싶어서

차마 부르지 못했던 거죠

 

영웅인들 갓 아홉 살이 별 수 있나요

울며 울며 되돌아왔지요

구멍 난 고무신을 벗어 던지고 맨발이었을 겁니다

이 십 리 산길은 벌써 캄캄해져 있더군요

무섭긴요

그깟 승냥이 떼 몇 마리가 짖어댄들

영웅의 퇴로를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오래 오래 전 일입니다만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콧등이 시큰해 집니다

 

김형! 술이나 한잔 더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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