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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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한밤에 일어나 어머니 의족을 본다
달빛 환한, 머리맡에 곱게 모셔둔 의족
서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은 듯이
새근새근 곤히도 잠들어있다
지지난해 봄 타작마당 논에서 경운기써레에
왼 무릎 아래를 보시하신 어머니
의족이 연한 살을 파고들었는지
강퍅한 무르팍과 쇠가 닿는 부분, 천만 번
손때 묻은 헝겊이 둘둘 감겨져있다
엉겨 붙은 피가 화석 되어 검다
남보다 뚱뚱하신 어머니는 무거운 의족을 탓하며
삐거덕 삐거덕 들길을 갔을 것이다
의족은 온전히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 썼을 것이다 어머니, 몸서리가 나는지
끙! 벽을 보고 돌아누우신다
추석전전날 마루에 쓰러져 주무시는 어머니와
의족이 달빛 아래 어렴풋이 길을 간다
세상모르게 잠을 잔다
댓글목록
박해옥님의 댓글

목동인의 시를 읽으니 가슴이 몹시도 아리어 옵니다
어머니의 의족을 아픈 맘으로 고마운 맘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씀에 울컥해지네요
좋은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댓글 놓습니다
고운시 많이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