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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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오르다
우리는 세상 이야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도 하면서
셋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맞춤옷인 듯
발자국들이 모여 만든
산길은 어깨 셋을 맞댄 폭이었다.
가족 이야기,
자식 이야기들을 했었나보다.
언제부터인가
한 친구가 뒤로 조금 물러나
나무처럼 말이 없어지고
둘이서 나란히 걸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산길은 어깨 둘의 폭으로 몸을 줄였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둘마저 말이 없어지고
셋은 앞뒤로 줄을 이어 걸었다.
그러자 산길은
어깨 하나의 폭으로 또 제 몸을 줄였다.
길은 울타리 대신 나뭇가지를 길러
우리를 쓰다듬었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고
한 줄 길마저 희미해지자
우리는 나무처럼 숨을 쉬고
나무처럼 단풍이 들었다.
우리가 멈추자 길이 지워졌다.
그곳에 앉은 셋은 서로
나무가 나무를 보듯 하였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류시하님
안녕 하셨습니까?
반갑습니다
단풍곱게 물든 산길을 세분이 즐거운 산행을 하셨나요
아니면 가을 나무들과 즐거운 나드리하셨나요?!
고운 시심 속에 머물다 가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시옵소서^^
류시하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