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消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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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消盡) / 채정화
산다는 건, 무거운 나이테만큼
깊이 뿌리를 묻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벗은 당신은
조금 더 가벼워집니다
당신은 지금, 문밖을 나서면
깃털처럼 날아오를 거 같습니다
이젠, 평생 꿈꾸던 열두 진주 문을 지나
입성하신다면 좋겠습니다
긴 이별의 슬픔은 제 몫이니 견디겠습니다
당신이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슬픔도 아픔도 없는 곳
환한 빛만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
새처럼 날아오르신다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눈을 들어 바라보면
구름인 듯 바람인 듯
늘 함께 계신다고 믿겠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멍에 다 벗으시고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消盡>을 말하는 시인의 지향志向은
견고하기만 한 지상의 무거운 삶이 드리우는,
모든 아픔과 슬픔을 뚫고..
어두운 벽 속의 세계로 부터의 환한 해방을
기원하는 거 같네요
그래서, 이 시가 숙연한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픈 그리움은 지상에 남은 자의 몫
저도 이 세상에서의 제 삶이 소진될 때,
누군가 그런 기도를 해 주면 좋겠단
생각도 해 보면서..
- 근데, 그런 사람이 있을 거 같진 않지만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네, 그래요..
..오래 살으시라고 붙잡는 일이 잘 하는 일일까
생각해 보니, 그 안에도 제 욕심이 있는 거 같아요..
먼..오랜 이별 앞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저 자신에 대한 연민이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더 크겠지만,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언젠가 말씀하셨 듯,
그 너머의 환한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도 있구요..
제가 먼저 안 떠나게 되면..꼭 기도해드릴게요..(웃음)
귀한말씀 진심 감사드려요...^^
*오늘, 무지 추워요 ~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평생 꿈꾸던 열두 진주 문을 지나
입성하신다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눈을 들어 바라보면
구름인 듯 바람인 듯
늘 함께 계신다고 믿겠습니다/
ㅜㅜ ᆢ어머님 상황이 안 좋으신 듯!?
저희 어머님도 다 소진하시고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그 안타까움이 쪽빛 시인님의
심정과 같았답니다. 건안, 힘 내시길요!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네, 그러셨군요 ~
지금은 그만하시지만 아무래도 가실 날이 가깝겠지요
공감으로 머물러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