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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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털다
이포
흰머리에서 피는 고뇌가 먹구름에 닿는다
자욱한 연무 속에서 음모가 자라난다
소나기 한줄기 내릴 것 같은 이 팽배함
내딛는 걸음이 휘청거린다
정자 밑에 반기는 몇몇 기세들
“은행이나 털러 가세.
복면도 잘 챙기고.“
고갯짓에 가방을 들쳐메고 따라나선다
“망 잘 보게.”
비장한 각오로 오함마를 내려쳤다.
버티어봤자 바람 앞 촛불이다
티브이 뉴스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냄새
“화장실이 넘쳤나.”
“빨리 담게. 누가 오기 전에”
황급히 주워담으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무겁던 곳간이 떨리자
때마침 경찰차가 달려가고
양팔은 가볍다는 듯 번쩍 하늘을 향했다
순간, 가치 상승과 무게는 반비례하였다
가벼운 안도가 젖은 하늘을 흔든다
음모는 과히 혁명적이었기에
“은행을 털었더니 부자가 된 기분일세.”
훔친 탓일까 구리다
알알이 해방감을 느끼는 은행알들
구린 옷을 다 벗고
낭중지추(囊中之錐)를 드러낸다
댓글목록
산저기 임기정님의 댓글

저 은앵알처럼 튼실한 작품 많이 배출하세요
건필하시고요
이포님의 댓글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