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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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한 통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있다
지하도 차가운 바닥에
벼와 가죽만 남은 백발의 할머니
껌 통 옆에 놓고
으스스한 한기와 맞서고 있다
살며시 천 원짜리 한 장 돈 통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나의 손을 덥석 잡는
핏기 없는 손
손사래 치는 내 손에
기어코 껌 한 통 꼭 쥐어준다
껍질을 벗기니
알알이 박혀있는 빳빳한
할머니 자존심 같은 껌들
차갑고 조그만 그 껌 한 통이 오히려
내 찬 손을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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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시를 감상하다 가슴이 뭉클한 생각이 드네요.
공감하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늘 건필하소서, 불루리버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