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껌 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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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다
사내가 말을 씹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뱉지 않고 질겅거리고 있다
어쩌면 날이 서 있는 모양이다
한꺼번에 한 통을 다 털어 넣었는지 볼이 불룩하다. 잘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을 애써 오므리는 모습이 방금 알을 낳은 암탉 밑구멍 같다
어젯밤 와이셔츠에 묻었던 붉은 립스틱 자국에 대하여 한결같은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변명을 장황하고 길게 반복하고 있다
단물이 빠진 것을 아는 사내가 한 통을 더 까 털어 넣는다
말문이 막힌 사내는 이제 자신만의 언어로 털어놓는다, 진짜라고 보태는 말이 풍선처럼 터진다.
사내의 주머니엔 아직도 여러 통의 껌이 준비되어있다
사내는 껌 씹는 행위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다
자칫 씹는 박자를 놓치는 순간
비밀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수 있다.
진실을 한가득 물었으므로 이제 볼의 근육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볼거리가 생기리라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다
해독할 수 없는 진실을
일관 반복하고 있는 사내
다시 딱딱하게 굳어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늘 저렇게 청춘을 보냈지 싶으네요..ㅋㅋ
최현덕님의 댓글

작금의 사회 현안의 요지경 속을 들여다 보는것 같습니다.
진술의 혀끝이 간질간질 할것 같습니다.
멋지신 시상에 잘 느끼고, 잘 배우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편안 하시길 기원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껌을 말처럼 씹고 있군요
전 단물만 빨아먹고 뱉어버립니다
그래서 껌의 깊은 맛을 못 느끼지요
옛날 붙였다 떼었다 하도 씹은 생각이 나서
감사합니다. 갑장님!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나는 어제 누구랑 오 머시깽이를 씹었는디
귀가 안 간지러웠나 모르겠어 ㅎㅎ
막국수 잘 얻어 먹었다고ㅎㅎ
고나plm님의 댓글

선생님 보다 샘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예술제에 한번 뵈올 수 있을까 했는데
마치고 가는 날 혹 해서 사무실에 전화를 드려 보았습니다
좋은 시 새겨 갑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