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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껌 씹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841회 작성일 17-06-16 11:15

본문


껌 씹다

 

 

 

사내가 말을 씹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뱉지 않고 질겅거리고 있다

어쩌면 날이 서 있는 모양이다

 

한꺼번에 한 통을 다 털어 넣었는지 볼이 불룩하다. 잘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을 애써 오므리는 모습이 방금 알을 낳은 암탉 밑구멍 같다

 

어젯밤 와이셔츠에 묻었던 붉은 립스틱 자국에 대하여 한결같은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변명을 장황하고 길게 반복하고 있다

 

단물이 빠진 것을 아는 사내가 한 통을 더 까 털어 넣는다

말문이 막힌 사내는 이제 자신만의 언어로 털어놓는다, 진짜라고 보태는 말이 풍선처럼 터진다.

사내의 주머니엔 아직도 여러 통의 껌이 준비되어있다

 

사내는 껌 씹는 행위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다

자칫 씹는 박자를 놓치는 순간

비밀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수 있다.

 

진실을 한가득 물었으므로 이제 볼의 근육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볼거리가 생기리라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다

 

해독할 수 없는 진실을

일관 반복하고 있는 사내

다시 딱딱하게 굳어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금의 사회 현안의 요지경 속을 들여다 보는것 같습니다.
진술의 혀끝이 간질간질 할것 같습니다.
멋지신 시상에 잘 느끼고, 잘 배우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편안 하시길 기원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껌을 말처럼 씹고 있군요
전 단물만 빨아먹고 뱉어버립니다
그래서 껌의 깊은 맛을 못 느끼지요
옛날 붙였다 떼었다 하도 씹은 생각이 나서

감사합니다. 갑장님!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어제 누구랑 오 머시깽이를 씹었는디
귀가 안 간지러웠나 모르겠어 ㅎㅎ
막국수 잘 얻어 먹었다고ㅎㅎ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생님 보다 샘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예술제에 한번 뵈올 수 있을까 했는데
마치고 가는 날 혹 해서 사무실에 전화를 드려 보았습니다
좋은 시 새겨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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