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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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½/손성태
깨금발 디디며 핀 희디흰 깨꽃들이 눈꽃처럼 떨어졌다
푸른 깨밭에 홀로 있는 흰 집에 흰 비둘기 한마리가 슬쩍 앉아 두리번거린다
밋밋한 담장에 한발 한발 붙박고 기어오르는 능소화의 맵시는 몹시도 가녀리다
푸른 잎사귀 위로 피는 안시리움의 빨간 홑꽃잎은 외따로이 고혹하다
흰나비가 꽃밭에서 꿀 냄새에 취해 거침없이 월경한 밤
먹구름속의 반달은 바람의 손짓에 둥싯, 환하여 고요하다
부푼 반달은 검은 산 너머로 가고 깨밭은 한층, 흰 꽃을 밀어 올린다
활짝 핀 능소화가 바람에 홱, 고개를 돌려 흐린 담장 안을 둘러본다
빨간 홑꽃잎을 떠받치는 안시리움의 잎사귀가 안쓰럽도록 파랗다가 콩닥콩닥, 겨드랑이가 벌게지다가 꿈틀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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