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트2) 낙엽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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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토의 시린 바람을 견디고
봄볕에 조심스레 얼굴 내밀며
땅 속 뿌리 깊은 소망까지 자아올려
여름햇살과 密語 나누며 사랑했어요.
우리 사랑 지켜보던
달빛조차 조바심이 났는지
내 얼굴의 실핏줄을 자꾸 헤집어
어느 순간 나의 얼굴은 붉어지고
가을 찬바람에 열정마저 식었어요.
나는 세월에 순응하며
가을햇빛과 가을바람을 갈아입으며
내 몸을 가볍게 만들기 시작했어요.
새털처럼 가벼워진 몸이 된 후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손끝에서 떨어졌고
길 떠나는 나에게
연신 흔들어대는 어머니의 손이
덩굴처럼 날 향하여 달려왔으나
난 생에 마지막 여행을 떠났어요.
갈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흐르는 강물에게 많은 얘기를 듣고
그러다가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지요.
말로만 듣던 바다를 보며 난,
내 몸을 접어 배를 만들어 띄웠어요.
바다에 밤이 오면
노을빛으로 이불을 만들어 덮고
아롱대는 별빛을 바라보며
노래도 함께 불러 보았어요.
몸 배를 타고,
흐르는 구름을 따라
드넓은 바다를 여행하다가
별들이 반짝이는 이슬을 몸에 뿌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잠이 들 겁니다.
이만하면, 제법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지요.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낙엽만큼 추억으로 몸이 된 건 없을 거에요
모든 낙엽은 그 언젠가 한때에 절정으로 빛나던,
푸른 잎이었음을..
지나온 生에 후회없는 낙엽
우리네 삶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점심시간이라서 글을 올려 봤습니다!, 왠지 시마을에 들어오니 어디서 고은 향기가 그윽하더라니, 시인님 향이었네요!, 진심,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