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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 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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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67회 작성일 15-09-28 10:03

본문

 

  내밀 꽃 필 무렵*

 


  정민기

 

 

 

  그대에게 내밀 꽃이 내겐 없어요
  내밀 꽃이 필 무렵이면
  저는 내밀 꽃을 찾아
  여기저기 모험을 떠나지요
  햇빛에 얼굴이 검게 그을려도,
  어두운 밤 그림자가 덮쳐와도,
  아름다운 별빛 그대가 있으므로
  나는 이 모험을 즐기고 있어요
  어깨너머로 누군가 쳐다보고 있지만
  뭐 그까짓 거 대수롭지 않아요
  그대와 내밀 꽃 마차를 타고 놀고 싶어요
  저기 지나가는 택시에 그대가 보이네요
  나비 한 마리가 가뿐히 구름까지 올랐어요
  이제 내려와야 하는데 나비는 내려올 수 없어요
  그대와 나의 맞닿은 발목을 묶고 이인삼각을 하고 싶어요
  우리 두 사람의 다리는 네 개인데
  그대와 나의 묶어진 발목은 하나인 거예요
  바로 저 앞에 내밀 꽃이 피어있네요
  몇 걸음만 가면 되는데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아요
  조금 더 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이대로 사랑이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갑자기 내밀 꽃이 움직이고 있어요
  나를 보고 천천히 다가오네요
  아, 바로 내밀 꽃은 그대였어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밀 꽃
  바로 그대였어요
  하늘은 그걸 이제 알았느냐는 듯
  몽실몽실 구름 꽃을 피우고 있어요

 

 

 

  * 이효석 작가의 단편소설 제목을 패러디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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