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삼매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바다 삼매경 / 동피랑(이규성)
물결 따라 문장이 흐른다
절필(絶筆)을 모르는 바람이 쓰는 육필집
수위(水位) 다른 내용 어디부터 읽을까
물의 간행본은 페이지가 없다
멀리 일자로 제본선이 선명한,
가까이 모래알 점자들이 빼곡한
이것은 물이란 물을 모두 집대성한 얘기
나일 강 노예선의 눈물이라든가
태평양 병사들의 함성이라든가
가라앉은 세월의 원망이라든가
거룩한 죽음이 쓴 청사(靑史)라든가
그러니까 모든 생명이 부침(浮沈)하는 얘기
저작권이 바람에 있는 것은 구독료가 없으므로
평생토록 정독하는 물고기들 행간을 파헤치고
신간을 기다렸다는 듯 표지를 훑는 새들
배가 지나가자 일제히 비상(飛上)한다
본문의 핵심을 잡으려는 어부들은
책장(冊張)을 넘기느라 바쁘다
아무리 만져도 재질이 닳지 않는
끝없이 읽어도 내용이 마르지 않는
인기도서 한 권이 감동으로 출렁인다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고현로 님 부탁 말씀 거절치 못 해 급히 퇴고하여 올렸습니다.
만성 피로가 글촉도 빼앗아 가는지 맨날 멍때리는 요즘입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아...감사합니다.
예전 느낌과 조금 다른 새로운 맛이 납니다.^^
부와 명예를 얻고 건강을 잃으시면 앙대는데...ㅎㅎ
건필하세요.^^
고현로님의 댓글

예전에 제가 썼던 글귀중에 '...퇴고를 마친 모래밭...' 어쩌구 저쩌구 했었는데
바다삼매경과 일치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당시는 시마을이 처음이라 바다삼매경을 자주 읽어서 외우다시피 했죠.
와, 좋다...이러면서요.
그러다가 바다에 관한 글을 쓸 때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표현의 일치가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찾아봤는데 바다삼매경이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겸사겸사 부탁을 드려봤습니다.^^
쇄사님의 댓글

계시지요, 잘
좋은 시는 다시 읽어도 '낯섦'이 그대로지요.
행간에 긴장이 꽉 찼다는 얘기겠지요.
짧지 않은 詩인데 눈 씻고 봐도 '허투'가 없네요.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제 아무리 문장으로 바다의 삼매경을 말해봤자,
바다, 그 자체의 삼매경은 說할 길이 없을 겁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 한 편입니다
활연님의 댓글

심각하게 읽다가, 이거 웃어도 되나 싶었습니다.
물로 적은 문장 같기도 하고 물의 뼈를 건져올린 것 같기도 한데
재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뭐.
바닷물 행간엔 철썩거림이 너무 많아,
심연 서가가 피랑피랑 피어올라
맛있게 읽었습니다.
한가위 한아름하십시오.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정말 훌륭한 시입니다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향필하시옵소서
동피랑님의 댓글

고현로 님 발품 왕쩝니다요.
무슨 보탬이 될끼라고 제 졸글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시다니,
부디 낡은 담벼락 서성거리지 마시고 젊은 호흡으로 달리는
마라톤 건각이 되세요.
쇄사 님, 있습니다. 쌀로 잘로!
없습니다. 잼도 글도!
우물안 비친 놈 보며 중얼 구린 얼굴 돌팔이입니다.
안 혼나려고 여기만~ㅎ
안희선 님, 꾸준히 마을 외진 곳까지 챙기시는 분.
범접하기 버거운 시어를 낚는 태공에게 동생편만 있습니다.
현상과 사물 어느 하나도 언어로만 졔어할 것은 못 되지요.
활연 님, 달 계시지요?
이카면 3.0 정부 창조적 환한 인사 맞습니까?
저야 비어도 공집합이지만 활연 님은 그 여집합이어서
자주 비우면 곤란이 따릅니다.
퇴고 방향을 짚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빛빠사 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걸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녀가신 문우님들, 한가위 달빛 가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오...다시 원본으로 돌아왔네요^^
저는 진짜 바다삼매경 왕팬임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