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3】거미줄에 걸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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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하루 / 이 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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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신호에 걸린 50대 중반 L 씨 |
자의 반 타의 반 대로에서 밀려나더니 |
시동까지 꺼지고 멈춰 섰다 |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려오는 동안 |
바퀴는 과속으로 헐떡거렸고 |
눈빛은 너덜거리다가 뿌옇게 창을 흐렸다 |
차창에 빼꼼히 걸린 주행기록이 길었으므로 |
엔진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
속도계는 발기될 수 있을까 |
목격을 견인한 호기심이 잠시 침묵한다 |
일상으로 착각한 수동의 방심이라면 |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서련만 |
동맥경화 걸린 심장일 때는 |
폐차장 용도폐기 선고를 벗고 |
계약으로 팔려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정지선을 건너가려 몇 걸음 쿨럭거리더니 |
이내 견인에 실려 잠이 들었다 |
보링으로 부활한 심장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
즐기던 속도에 깁스하고 |
호령하던 지시는 경청에 골똘하겠다 |
흔들거리는 바람에 일몰까지 위태롭다 |
거꾸로 매달린 하루가 꿈이었으면 |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단단히 포박 당하셨군요. 슈퍼 거미줄에...
일진이 안좋은 날은 똥줄도 새까맣게 타더군요.
매달린 하루가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상 좋으신 이종원시인님의 모습이 꽤 찌그러지셨겠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시를 쓰고 시에 열정을 쏟아부으시는 분들의 이야기와 그에 얽힌 삶의 뒷면 또한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는 오늘 하루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지친 하루, 과부하된 하루가 정년 앞에서 멈춘 오늘 이후 보링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또 달려갈 지, 아니면
폐차장에서 새로운 삶으로 팔려갈지,,,마음 무거운 50대는 그저 달릴 수 있음을 기원하고 있겠지요...
감사드립니다. 최현덕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흔들거리는 바람에 일몰이 위태롭다///
그 정도로 미세먼지 잔뜩 생산하셨습니다
허기사 그것도 창작이겠습니다만,
속히 전기차로 바꾸셔여겠습니다
오염을 줄이시려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애쓰셨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멈춤이라는 생각 없이 달려온 일상이 정지선 앞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상용으로 다시 달려갈지, 더는 쓸모없어벼 일선에서 퇴진하여 부차적인 길을 계획하는지....
김시인님 말씀대로 정말 심장이 필요없는 전기차로, 그 길로 들어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또 이렇게 오랫만에 뵙는 기쁨도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시와 시인과는 이격이 느껴져요. 너그러우나
서늘한 눈매는 매섭다는 뜻인가요. 세상을 향해 따뜻한
심장이 쿨렁거린다는 것인지.
친근하고 다정한데, 시에선 메아리가 살아요.
멀리 날아가 부딪혀 깨지고 그 진동만 들리는 것 같아요.
'보링으로 부활한 심장'이 더운 피를 돌리니까
세상은 다시 굴러갈 것 같아요. 씽씽,
정지선에선 잠시 거울을 보며 이마를 쓸어보면 좋겠네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눈매가 매섭다는 것은 과찬이시고요...희망퇴직한 매형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거듭나기를 하는 모습에서 제 모습도 투영시켜 보았을 뿐입니다
오랫만에 만난 것 또한 행운인 것처럼, 행운은 곁에 있겠지요...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고맙습니다. 활샘!!!
동피랑님의 댓글

60년 가까운 시간을 담아 싣고 내달리던 애마가 대낮 도로에서 갑자기 어이 JW! 나 더 이상 못 해먹겠어.
지금껏 당신 뜻대로 쭈욱 해주었는데 이제 나도 늙고 낡아 기력이 딸리거덩, 그러니 우리 현실적으로 갈라서!
운전을 모르는 저에겐 이렇게 들리는데 마음이 오대양육대주보다 깊고 넓으신 우리 시인님께서는 고저 애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정성을 쏟으시더니 마침내 그 사연을 시로 승화시키셨군요.
역시 시인의 숨길 수 없는 끼와 실력이 만인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십니다.
직업과 불가분의 관게에 있는 애마와 함께 건강하게 늘 쭉쭉빵빵하길 바랍니다. 세월이 잘 가고 있으니 반가운 얼굴 곧 뵐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안부는 들었는데...멀리 돌아오는라 부풀려졌는지.. 축소되었는지 모르지만... 참가재미를 읽어보니 시의 혀는
살아있어 남쪽 바다의 고등어처럼 힘찬 파닥거림을 느꼈습니다
제게는 참으로 오래된 시간이지만..시와 댓글을 마주하니 눈빛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통영!!! 참으로 좋은 그곳의 모습과 역사를 시인님의 구수한 얘기로 안주삼아 빈 술잔이라도 마주치고 싶어집니다
가까운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건강하시며 시의 주렴이 찰량거리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이종원 시인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한발 늦었지만 시는 진작에 쌀짝 봤었습니다
세월에 부딪끼며 고장나는 사람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집니다
꿈처럼 지나가기를 원하지만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인 삶
어디서 구조 요청을 해올지 모르는 긴박함을 잘 살려내신 것 같습니다
이종원 시인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시간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50대에 들어선 사람들의 아픔이 참으로 많고 크지요...아직도 갈길은 멀기만 한데, 고장나고 꺾이고 굽은 것들이 너무 많아져서 슬퍼집니다. 위태한 사람들이 다시 자릴 잡는다면 다행이요, 그렇지 않으면 점점 쪼그라붙어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만나서 반가웠고요... 시 잘 쓰셔서 시가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