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선유도 풍경 / 이 종원 |
선유도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
유리구슬이 쟁반을 구르듯 |
통통한 햇살이 강물을 연신 희롱한다 |
배의 허리를 닮은 섬이 강을 반쯤 차지하고도 |
다리를 얹는 것을 허락한 덕분에 |
강기슭에 묶여 술을 청하는 일은 없었다 |
이리도 밝은 대낮 |
붉지도 못한 밤이 쇼윈도처럼 걸렸기에 |
섹스어필중인 단 두 그루뿐인 밤나무도 |
커플룩 그늘도 쉽게 지나친다 |
색소폰은 누굴 위해 울었을까 |
자색 백합화는 목이 터져라 멍울을 깨웠는데 |
여기저기 꽃자리를 들추고 보니 |
설핏 여물어가는 여름이 봄을 타듯 새파랗다 |
가을인 양 높은 심연을 살짝 흔들어보았다 |
섬에 승선한 사람들 그림자마다 |
여의주를 물고 날아오른 용처럼 꿈틀거린다 |
거품에 취한 오늘을 끌어안고 |
어깨동무 노래를 신명 나게 털어내고 나면 |
짙푸른 베게는 잠시 누웠다 가라 한다 |
강물에 실려 가던 숲이 멈췄을 때 |
나는 섬에 갇히고 이른 저녁이 부등켜안은 어스름을 |
젓가락으로 집어삼킨 후 |
허옇게 뜬 낮달을 시제 삼아 내려오는 계단이 |
흥에 겹다. 해도 잠시 멈췄다. |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해도 잠시 멈췄다.
선유도의 풍경의 묘미를 보는 것도 감칠맛 나지만
그 속으로 스며들어 곰삭게 풀어내는 시어들이
더욱 선유도의 풍경을 한 단계 끌어 올려 환희의 모습으로
펼쳐 놓아 깊은 맛에 취하게 합니다.
해가 멈출만큼 흥겨움이란 그만큼의 풍경에 뛰어 들어
해를 멈추게 했다는 반증 일것입니다.
이 종원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그날은 그랬습니다
많은 웃음과 시끌벅적한 소리가운데 시와 노래와 그리고 갈채도 깊었습니다
하나가 되어 웃고 울고 또 같이 느끼고 식사하고 바람의 향까지 같이 나누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마감의 시간조차 아쉬운, 그래서 하늘을 붙잡고 해를 붙잡아 보았습니다
같이 나누었으면 좋았을텐데...그날 그 시간의 여운이 있어서요...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선유도를 시제로 한 한폭의 그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뎌 시인님께서 선착을 하셨습니다
여의도를 끌어안고 태어난 삼각지가
떠들썩 했드랬지요
서울의 소중한 보물이지요, 선유도의 풍경!
특별한 날로 기억하겠습니다.
아름답게 꾸며주신 이종원 시인님!
내년엔 더 멋진 만남 되리라 믿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최시인님께서 먼저 그려주시지....그날 처음 뵈었지만 맑으면서도 향기롭고 또한 예리하면서도 짙은
시인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려운 시간들을 잘 견뎌내고 힘든 일을 즐겁게 감내하시는 시인님을 만나서
더욱 화창하고 향기로운 풍경이었을 것입니다.
더 많이 더 깊이 나누지 못한 대화는 차후에 또 시간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선유도의 풍경을 너무나 멋지게 풀어 내셨군요
저도 해도 잠시 멈출만큼 사람들의 고운 웃음 시와 신록
색스폰 소리에 잠시 취했다 온 기분좋은 하루였습니다
좋은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원 시인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선유도에서 행복을 만났는데.. 게다가 좋으신 시인님을들 또 만났습니다.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열정으로 경작하시는 시에서 그리고 삶아서 아픔은 전혀 없어보입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시로 승화시키는 말과 언어와 그리고 마음들이 잘 우러나서 진한 국물처럼
시마을을 적셔주시기를 바랍니다. 참 좋은 하루, 다시 같이 하고 싶은 선유도의 하루였기에
아직도 미련이 많나 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다들
손뼉 치며 노래하는데
뒷집 지고 있으니까 누군가
뒤에 있는 팔을 꺼내 앞에 데려다주었습니다
겉돈다는 건 마음을 어딘가에 두고 왔기 때문인 것 같고
풍경을 해부한다는 건 온 마음이 거기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글쎄요 어는 멋진 곳에 마음을 두셨을까요????
혹 詩에만 마음을 두고 음악엔 조금 멀찍이 서 계신 건가요???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포스!!!!! 해부한 풍경을 조합 해주시는 센스가 있으시겠지요???
자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