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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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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579회 작성일 15-09-22 18:20

본문

- 어둠 -

                    이장희

 

어둠이 공원 벤치의 외등을 덮친다

벤치에 앉아 열 걸음이 넘는 맞은편 벤치를 바라본다

긴 머리카락을 벤치에 풀어놓고 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누운 자세로 한쪽다리를 구부린 게 꺾여 진 나뭇가지다

눈을 크게 떠도 그녀의 얼굴은 분간 못한다

희미하게 허벅지와 장딴지를 보여주는 그녀

옆모습의 곡선을 감추는 게 수상하다

마른 장작처럼 보이는 그녀의 자태

통화하는 목소리는 내 귀까지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몸의 자세를 바꿔가며 수다를 떠는 듯 하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흐릿하게 보인다

슬리퍼를 신었는지 발가락이 보이는 듯 하다

어둠은 그녀를 철저히 보호해주고 있다

내 눈동자는 그녀의 몸을 유영한다

완강하게 외부를 차단하면서 지켜보는 내 눈동자의 집중력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검은 파도

그녀가 피는 담배에 담뱃불은 뚜렷하게 보이는 깊은 밤

쫙 뻗은 그녀의 다리를 만지는 내 눈동자

내 발자국이 그녀 앞에 다가갈수록 뒤통수를 후려치는 바람

발자국이 그녀 앞을 얼쩡거리려 하는 순간

그녀의 굵은 남자목소리에 놀란 달팽이관

외등 빛에 비치는 그 남자의 턱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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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보다빠른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훗 결국 남자였군요
트랜스젠더는 아니었나요
그냥 궁해지는 궁금이었습니다
재미있고 고민이 되지 않는 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시 중에서 제일 웃겼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벤치에서 멀리있는 한 여자를 바라보는 듯 했어요.
긴 머리만 생각 한게 잘못이었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분간 못했던 그날 웃음만 나오더군요.
재미가 있었다니 전 성공 했네요.^^*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낮엔 덥지만 저녁엔 선선 합니다.
감기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빛보다빠른사랑 시인님.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장희님
시인님!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멋진 시심 짜릿짜릿한 순간에 고만 어찌 할꺼나......ㅎㅎ
대 대 실망인데요 시인님!
즐겁게 감상 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옵소서~~^^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오랜만에 뵈어 반갑습니다.
한 남자를 여자로 착각하고 그랬던 일을 시로 엮어봤어요.
멀리 있어 잘 분간 하지 못하고 긴 머리는 여자일거라는 편견을 가진 내가 잘못이었습니다.
아무튼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시인님도 한가위 행복하세요.
낮에는 덥다가도 저녁엔 선선합니다.
감기조심 하세요.
답댓글이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늘건필하소서, 은영숙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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