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대한 경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구름에 대한 경배
잊을 만하면 골목을 지나가는 구름이 있다
언제나 같은 방식 목소리로 왔,왔,왔
이 골목 저 구석 웅크리고 있던
잠 덜 깬 짐승의 울음이 흘러나온다
문 열면 능소화 흐드러진 전봇대 아래
중절모를 비켜 쓴 반백의 구름
있는 힘 다해 빨래를 쥐어짜듯
말을 듣지 않는 한쪽 다리를 끌고 간다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짚어나가는 쌍시옷
천 근을 간신히 두어 걸음 옮겨 놓고는
숨이 가쁜지 다시 왔,왔,왔
몸이 돌처럼 굳어가는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걸음을 멈추는 순간
남은 반쪽마저 돌이 된다니,
비틀어진 눈 비틀어진 입
흘러내리는 침을 닦을 생각도 않는다
골목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이를 악물고 눈 부릅뜨고
골목을 지나가는 상처투성이 구름이 있다
이리 구불텅 저리 구불텅
풀어내는 춤사위가 사뭇 비리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왔,왔,왔다 갑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고현로 시인님 여전히 부지런히 쓰시는 거죠 고맙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네...ㅎㅎㅎ
구.시마을에 인디고 님의 시가 안보여서요. 조금 섭섭 ^^
"해태"가 나오는 전의 작품, 다시 볼 수 없을까요? ^^
인디고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인디곱니다 말씀 하신 광화문 해태를 올려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