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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해로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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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15-09-20 16:58

본문

해로氏가 병상에 누웠다

태양이라도 꿀꺽 삼키고 불덩이를 낳을 것 같던 해로氏가

시름시름 앓는다

米壽까지는 너끈히 살 줄 알았는데

청실 풀리고 홍실마저 끊기더니

因緣, 두 글자가 새겨진 시트를 걷어낸 침대에 누워

밭은 숨을 내뱉는다

 

무병장수는 해로氏의 몫이 아니었나  

행진곡을 기억 못하는 두 귀와

온 길과 갈 길의 좌표를 모두 놓쳐버린 두 눈에서

절망의 촉수들이 움실거린다

 

통증의 척후병이 봉화를 올렸을 때

아귀들의 은신처를 향해 포화를 늦춘 탓인 걸까

병명도 모른 체 기운이 쇠한 해로氏,

빠지다 남은 머리카락이 가야할 행로는

희끗한 능선에 아직 아득히 먼데

어쩌다 어쩌다…

 

주린 목구멍에 생 피를 공양하고 야위어가는 목숨이야 그러려니 한다마는 착하디 착한 눈망울은 어찌한단 말인가 저 어린것들은 누가 거둔단 말인가 그렇게 

중얼거려보다가,


역병의 계절과 내내 불화해 온 나는 그저

해로氏를 물끄러미 바라볼 밖에

씁쓸하디 씁쓸한 심사에 다만

허망하다 허망하다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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