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병(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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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병(病)
눈곱들이 이곳저곳 노랗게 점점 많이 끼어가고
문밖에서는 밤새 마른 기침소리가 갈수록 짙어졌다
며칠을 더 지켜보다가 결국
발걸음이 느릿느릿 무거운 소처럼 끌리는 가을을 데리고
제법 용하다는 뒷산너머 동네 조그만 한약방으로 갔다
두꺼운 안경알 뒤로 눈을 감고 늙은 한의사가
거의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가을의 가느다란 길목을 짚고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엇인가 한참을 헤아리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진맥을 끝낸 한의사가 눈을 번쩍 뜨고 병명을 힘겹게 내렸다
추계절성자연소갈무의식고독혼백폐렴돌림병이라 했다
무서운 병이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으로 젓다가 애매모호한 표정이었다
무튼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 했다
지어준 약 한 첩을 들고 한약방의 대문을 막 나설 때
등 뒤로 마른 기침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병마개를 따고 무엇인가 따르는 소리가 어설피 들렸다
의사가 환자를 만지면 손을 씻듯
돌림병 예방차원으로 뒷풀이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어쩌면 늙은 한의사도 벌써 지독한 이 가을병에 옮았나 모른다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봄뜰님
어쩐지 가을에 흔한병 같으네요
지어준 약 다 자시고
추계절성자연소갈고독혼백폐렴돌림병에서
다 나실때 병마개 따는소리에 귀 기울이시기
바람니다. 화이팅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맛살이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흔한 병같긴한데 깊어지면
귀찮아 질 것같아 지금 술하고 약하고 같이
먹으면 안되나 연구중입니다. 가능하면 한 잔 같이 하시죠..
무지 좋은 가을날 하시길..
고현로님의 댓글

큭큭...병명이 어렵군요.
추계절성 자연소갈 고독혼백 폐렴돌림병이라...
시간이 약이겠군요.^^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인간자연의 많은 병들이 시간이 가면 좀 덜하드라구여.
그래도 일단 마른 기침부터 잡아야지요.. 그래서 국화주 한 잔 할까
고민 중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현로 시인님.
SunnyYanny님의 댓글

내게도 병 옮길까.. 그냥 갈까하다가
다시 왔습니다
세금 놓고 가려고요..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글게요, 서니야니님.. 아마도 이 방 문열고 글을 읽자 마자
옮겼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길.. 끝까지
다 읽으셨다면 해독당한 겁니다.
세금 감사합니다. 난 밀린 세금이 많은데여.. 쯥.
좋은 가을날 하시길.. 합장.
은영숙님의 댓글

봄뜰123님
안녕 하십니까? 가족 나드리 갔다가 제가 가을 병에 걸렸나 싶습니다
만이 앓고 있거든요
자알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거운 가을 되시옵소서
시인님!!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가을 나드리에서 가을아픔을 얻어 오신 모양입니다.
아침과 저녁의 기온차가 심한 이 때, 건강에 유의하시길 빕니다.
가을을 앓지 않은 사람이 가을을 노래하면 싱겁겠지요.
앞으로 좋은 시 많이 주시길 빕니다. 좋은 밤 하시길..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