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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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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50회 작성일 15-09-18 17:02

본문

넘겨도 넘겨도 바람뿐인 시집을 덮습니다

오래 전에 내려 놓은 찻잔처럼 태양은 식어 있고

어둑해지고서야 용서 받는 풍경들이

잃어버린 종소리를 찾아 도시의 지붕 위로

귀밝은 개처럼 연기를 풀어대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려다 보던 꽃들을 올려다 보며

어둑해진 등잔 밑에서 잠을 청하겠습니다.

치매 걸린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고

소요를 삼켜버린 엄마의 빈 가지에

잔가시 같은 별이 욱씬욱씬 파고 듭니다

울음이 목숨이였던지 울음 그친 매미가

검은 눈물 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고

풀숲의 악사들이 먼지 낀 악기들을 조율합니다.

가끔 서정시의 부음을 전하던 백발의 사내가

자신의 시집을  한 장 한 장 찢어 불을 놓습니다.

시의 다비식을 거행하며 사내는 불타는 눈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리를 재속에서 찾지도 않습니다.

 

둥근 달이 떴습니다.

저 환한 조등을 달려고

나무는 제 몸에 돋아난 모든 불꽃들을 꺼버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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