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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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와 함께 간다.
오늘은 당신 생일이다.
나의 일터는 늘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나의 동료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출구가 나오고 나는 그들 틈에 끼어서
대충 빠져 나오면 된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 일은 쉽다. 우산을 사지 않는다.
진열장에는 날카로운 벽이 있는데 그 속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나의 눈동자가 진열장 벽안으로 머물 수 있게 허락 된 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총을 쏘는 것과 같다.
내가 진열장 벽을 부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돌을 던지는 일이다.
가끔 진열장 밖의 자동차가 나를 찍어 보이는데
한 컷 한 컷 마다 세월을 거꾸로 돌린다.
우산을 쓴 모습들이 빗물을 그린다.
비가 온다.
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시간
벽 속의 것들이 모두 빠져 나와 있는 순간
우린 그 빗물들을 맞으며
서로 웃다가 키스를 나누었다.
그래도 오늘 당신 생일이다.
비가 어느새 그쳤다.
벽과 벽 사이엔 총에 맞은 흔적들만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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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서술하는 기술이 좋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