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탱자나무
한 알의 탱자도 보이지 않는
빈 가지에는 가시만 무성하다
지난날, 서슬이 퍼런 마음 끝에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나는 자주 찔렸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뚫고 나온 것이 저 가시라면
얼마쯤의 가시가 내게도 돋아나 있을 것이다
누대로 전해오는 고부간의 내력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으므로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은
통증에 익숙한 나이는 어디쯤일까를 가늠해 본다
나른한 가을볕에 탱자나무가 졸고 있다
꽃 지고 잎 지고 열매 다 내려놓은 뒤
믿고 의지할 거라고는 이제 가시뿐인 듯
더욱 날을 세우고 예민해진다
마음 어디에 또 하나의 가시가 나려는지 욱신거린다
누가 내게로 와서 찔릴까 두렵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멋진 시에 취해 잠에 들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기분 좋은 가을 밤 되시길...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가시, 뉘게나 있겠지요..
누가 내게로 와서 찔릴까 두렵다..끄덕, 제 생각두요..
깊은 공감으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윤현순님의 댓글

고현로님, 하늘은쪽빛님
늦었지만 고맙다는 인사 남깁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맞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