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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父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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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59회 작성일 15-09-10 22:06

본문

(창원시 동정동 보호수. 왼쪽 벽돌집 터가 집이 있던 곳)

 

 

맑은 공기 틈 사이를 헤집는 소음까지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살아계신다면 상수(上壽)가 되시는 올해

당신을  잊고 산지 참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스로 무정하다 꾸짖어 보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마른 눈물샘과 같아서 억지로는 터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수령 300년의 낙엽진 집앞 은행나무는 집안의 몰락을 알리는 불길한 암시였고

다 내던진 당신의 10번째 아들로 태어난 것은 나의 운명이었습니다.

S대 법학과를 나온 사촌동생과는 달리

당신의 운명은 조상묘를 지키는 소나무가 되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대대로 지주의 아들이었고 훌륭한 동생의 형님이었고 잘자란 아들딸의 아버지였었다는

당신의 가을은  내가 기억하는 한 늘 가난했습니다.

황금 물결이 가을바람에 넘실거리던 풍요의 들판도 8할이 쭉정이였던 소작이었죠.

십여석의 나락과 지주의 쇠기름 1조각으로 6식구가 1년을 살아야했던 척박한 현실에 

한잔의 막걸리 외에 생존을 위한 하루하루가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새벽 별빛은 개평처럼 남은 어린 3형제를 들깨워 허허벌판에 데려 놓았고

아침이슬을 밟으며 사라졌다 석양빛과 함께 붉게 물들어 돌아왔죠.

30이 넘어 술을 배웠다는 당신은 내내 취해 있었고

해가 지면 연장과 함께 우리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로 당신은 대상도 알 수 없는 울분을 참지 못하였고

그런 날이면 겨울에도 여름에도 한데 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철없는 어린 나에게

당신은 최소한의 존경도 믿음도 가지지 못한 존재였을 뿐이었죠.


폐농 후의 날들은 암흑기였기에 남은 기억이 없습니다.
7살 때 시작된 7년 남짓의 어린 농부 생활도 어머니의 운명으로 끝이나고 말았죠.

짝을 잃고 몇 해를 넘기지 못한 당신도 낙엽지는 계절에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

당신을 처음 만난 이후 당신을 보고 싶어지기까지 반백년의 세월이 더 걸리고 말았군요..


쉽지 않은 세상의 현실에 허기져 어질대는 이 나이가 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막걸리로 채우고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당신의 주린 마음을.

당신의 얼굴이 저녁에 지는 노을처럼 늘 빨갛게 물들어 있던 것은

노여움이 아니라 슬픔의 빛깔이었다는 것을.

소중한 이들을 잃고 희망을 버리고 살아야 했던 가운데서도

당신은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을..

 

어린시절 굶지 않기 위해 옴팡지게 배웠던 낫질로 오늘은 당신의 머리를 다듬습니다.

세월은 가도 한번 익힌 낫질은 잊혀지지 않아 낙인처럼 남았고

어린날처럼 가을을 베고 있습니다.

예초기가 벌초를 대신하는 지금은 별로 쓸모 없는 손기술이지만

한손한손 베어가면서 정리되는 봉분을 보며 마음을 정돈하는데는 여전히 낫질이 최고인 듯 합니다.


당신이 마음의 위로를 얻는데 삼형제의 이름은 안성맞춤인 노래였죠​.

오늘은 동구밖에서부터 대취해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시던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ㅇㅇ야 ㅇㅇ야  ㅇㅇ야​

그 때는 왜 그렇게 당신이 부르는 그 노래가 창피했던지​...

은색 달빛을 넘실 넘실 소달구지에 싣고, 달그락 달그락 자갈길을 밟으며

해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던 때의 가을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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