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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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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雲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99회 작성일 15-09-11 21:13

본문

명성산을 오르며/ 전영란

 

 

 

 

어깨를 짓누르는 짐의 무게가

발을 뗄 때마다 진땀으로 흐른다

 

정상을 향하여 가쁜 숨 몰아쉬는 사람들

중심이 변질한 얼굴에

적당한 가면은 뒤집어썼지만

저마다의 가슴뼈 어디쯤

날카로운 가시를 숨겨놓고

먼지를 털어내려 안간힘일 게다

 

이 골짝 어디쯤

왕건에게 쫓기는 궁예의 무리를 만난다면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아픔 함께 나누련만

맞서는 바람을 가르기에 입을 뗄만한 호기(豪氣)조차 없으니

조심스레 내딛는 발자국이 벼랑 끝이다

 

공의로운 손길로 거두실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포탄에 무너져 내렸던 가슴과

웃음을 잃고 하얗게 새운 몇 날 밤을

가을바람에 날려 보낸다

 

참된 비참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는 것,

다시는 목메어 울게 하지 않을 당신이 있기에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부대끼는 가슴 다독이며

산등성이 억새밭에

서걱거리는 마음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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