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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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사회생활
달팽이걸음
밑에서 나왔으므로 계단 밑이나
자궁 근처에 산다
번영의 거리 음침한 간판 밑에 산다
붉은 네온에 눈먼 신사의
축축한 음낭 밑에서 산다
그 음낭과 은밀히 거래하는 아가씨
겨드랑이 깎지 않은 체모 밑에 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밑에 사니
미치지 못해서 밑에 사는 거미의 삶
계단 밑에서 철거당한 자판기
자궁에서 적출된 미숙아
엘시디 간판에 밀려 실직된 입간판
정규가 비정규로 바뀐 목구멍들이
빌딩과 빌딩 원룸과 모텔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다
온통 세상이 여덟 개의 다리를 벌려
이 건물 저 건물 건너뛰며
자영업의 간판 밑에 친 거미줄
불길한 예언은 빨리 다가오고
정확히 성취 된다
개미 새끼도 걸려들지 않는
산 입의 빈 거미줄에 걸친
미납 고지서와 사채업자의 전단지
거미는 지하의 불빛 아래 신문 보며
거사의 날 도모하는 망명정부의 지사
도시의 공원 꺾인 나무그늘 밑에
해먹치고 노숙하는 묵언의 수도승이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밑에서 나왔으므로 계단 밑이나
자궁 근처에 산다
번영의 거리 음침한 간판 밑에 산다"
표현의 깊이가 깊고도, 넓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달팽이걸음님의 댓글의 댓글

정민기 시인님
졸작에 좋은 말씀 주시니 큰 격려가 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비가 내리는 거리
고양이는 쓰레기통을 더 이상 뒤질수 없으므로
어딘가 숨어 버리고
처마끝에 줄을 댄 거미줄만은 낭창낭창
빗물을 세고 있을것 같습니다
달팽이걸음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님
머물다 가심 고맙습니다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훌륭합니다
시상이 날카롭네요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달팽이걸음님의 댓글

빛보다빠른사랑 님
넘치는 말씀 염치좋게 받습니다
더 잘하도록 계속 배우겠습니다
사랑님 건강하시고 시인님 좋은 글 계속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