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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사회생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595회 작성일 15-09-12 00:27

본문


거미의 사회생활

                       달팽이걸음

 

밑에서 나왔으므로 계단 밑이나

자궁 근처에 산다

번영의 거리 음침한 간판 밑에 산다

 

붉은 네온에 눈먼 신사의

축축한 음낭 밑에서 산다

 

그 음낭과 은밀히 거래하는 아가씨

겨드랑이 깎지 않은 체모 밑에 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밑에 사니

미치지 못해서 밑에 사는 거미의 삶

 

계단 밑에서 철거당한 자판기

자궁에서 적출된 미숙아

 

엘시디 간판에 밀려 실직된 입간판

정규가 비정규로 바뀐 목구멍들이

빌딩과 빌딩 원룸과 모텔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다

 

온통 세상이 여덟 개의 다리를 벌려

이 건물 저 건물 건너뛰며

자영업의 간판 밑에 친 거미줄

불길한 예언은 빨리 다가오고

정확히 성취 된다

 

개미 새끼도 걸려들지 않는

산 입의 빈 거미줄에 걸친

미납 고지서와 사채업자의 전단지

 

거미는 지하의 불빛 아래 신문 보며

거사의 날 도모하는 망명정부의 지사 

도시의 공원 꺾인 나무그늘 밑에

해먹치고 노숙하는 묵언의 수도승이다

추천2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밑에서 나왔으므로 계단 밑이나
자궁 근처에 산다
번영의 거리 음침한 간판 밑에 산다"

표현의 깊이가 깊고도, 넓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가 내리는 거리
고양이는 쓰레기통을 더 이상 뒤질수 없으므로
어딘가 숨어 버리고
처마끝에 줄을 댄 거미줄만은 낭창낭창
빗물을 세고 있을것 같습니다

달팽이걸음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빛보다빠른사랑 님

넘치는 말씀 염치좋게 받습니다
더 잘하도록 계속 배우겠습니다

사랑님 건강하시고 시인님 좋은 글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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