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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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추영탑
모자를 뒤집어 놓고 모표는 눈꺼풀로
가리고
여자의 그림자에 붙들린 적 있었다
한 순간 항해를 멈춘 배의 용골은 심해를
향해 치부를 들어올리더니
풍랑의 한 가운데를 향해 휩쓸린 낙엽이 된다
거미줄이 동났는지
거미가 만들다 버린 거푸집에
난파선의 구부러진 등이 걸렸다
파고와 파도 사이에서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까웠으므로
그쪽으로 스크루를
돌리던 부서진 배 한 척
내 생은 바닥에 붙들려 몸을 던진 난기류였다고,
이물, 고물 다 부수고 물이랑에 합류하려고
몸을 던진 물수제비였다고
난파선의 난맥은 이울어진 인생의
각성제였다고,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보류 되었다고,
먼 훗날,
내가 알고 있듯이
세월도 알기는 알았을까?
앞장 서서 나를 위해 변명해 주는 소리에
얼굴 붉힌 적 있는 난파선이었던, 그 배
언제부턴가 조용히 정박 중이다
댓글목록
김학지s님의 댓글

시인님의 첫 작품을 저는 기억 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제 첫 작품을 기억하신다구요?
저는 어디서나 시인이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시인 비스무리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저도 김학지님의 작품 가끔 접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아직 낯선 곳이라서....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