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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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지나간 사랑이 백로처럼 다시 날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만의 착각일뿐이었다
흰 이슬이 밤에 풀잎 또는 물체에 눈물처럼 맺혔다
태양이 황경 165도를 통과할 때 나는 비로소 모든 것이
평화롭게 통과되었다 차갑게 내린 이슬이 내 마음을 적신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지속해온 순간마다
나는 사랑을 앓아왔다 남자라서 가을을 타는가 보다
여자는 사계절 내내 마음이 붉게 타오른다고 했다
두리번거리는 낙엽을 몰고 가을을 갈아보고 싶었다
내 귀는 자꾸만 당나귀 귀처럼 늘어지기만 한다
우아한 백로가 춤추는 것을 보고 있으면 황홀해진다
오랜만에 본 아이가 정말 키도 쑥쑥 컸고 몸도 많이 자랐다
원피스를 입은 여자처럼 껌을 씹고 가는 가을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가을 처녀가 머리를 농구 골대에
넣고 있었다 그러면 머리가 내게 보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 머리를 나는 용케도 보고 있는데 말이다 벤치에 누워서
책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옆에 만 원짜리 한 장이
작은 돌에 보기 좋게 눌려 있었다 엄마 손잡고 공원에 나들이 나온 소녀가
단풍잎 한 장처럼 놓고 간 모양이다 그걸 어찌 내가 쓰는 것이 미안해서
아이들을 돕는 나눔에 동참한다 가을이 오면 소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저도 언제 부터인지 남을 돕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만오천원이지만 기부합니다
부족한 삶이지만 돈이 남아서
타인 같지 않은 생에
지원합니다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네, 나눔은 무엇보다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동시집 인세를 거의 아동복지 재단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동시집 '세종대왕 형은 어디에' 전국 교보문고, 서울문고, 영풍문고 등에서
어느덧 120권이 넘는 수량이 판매되었습니다. 익월 20일에 인세가 들어오는대로
아동복지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 시인님은 참으로 착하신 분입니다
사이버문학광장에서 책벌레최승리로 활동하셨죠?
그때에도 저는 많은 가르침을 시인님에게 받았습니다
시인님의 언급으로 시마을도 알게 되었고 오게 됬습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시마을이 마음에 쏙 듭니다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네, 맞아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문학광장에서 책벌레 최승리로 활동했었지요.
지금은 '포엠스타'로 활동하고 있고요.
사이버 문학광장에서 뵌 문우님, 더욱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