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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8회 작성일 15-09-08 12:42

본문

- 순식간에 -

                        이장희

 

외등 불빛이 벤치를 들여다본다

벤치의 어둠은 불빛을 밀어내고 있다

벤치에 불빛의 그림자만 서성일 뿐이다

스마트폰에서 작은 불빛을 꺼낸다

불빛에 다가가려는 벌레 한 마리 팔에 매달려 있다

팔은 간지러움을 못 참는 눈치다

손가락은 순간 무기로 돌변한다

가운뎃손가락은 벌레를 보고 본능적으로 구부린다

가운뎃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맞붙는다

벌레는 자기가 지금 어떤 운명이 될지 모르는 눈치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순식간에 벌레를 툭 친다

엄지손가락은 가운뎃손가락에게 탄력을 부추겨 준다

가운뎃손가락은 힘을 주고 정확히 벌레를 툭 친다

도망갈 틈도 주지 않고 손톱은 벌레를 툭 친다

이놈이 팔에서 휙 떨어져 나간다

순식간에 튕겨나가 이놈의 모습을 놓쳤다

이놈이 옆구리가 터졌는지, 머리통이 깨졌는지는 모른다

내장이 다 터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몸에 탄력을 지니고 있어 멀쩡할 수도 있다

눈동자가 이놈을 수색하던 중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미동도 없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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