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사랑으로 안내하는 안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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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사랑으로 안내하는 안내견
정민기
안내견은 늘 주인보다 앞으로 걷는다
나는 그녀를 뒤따라간다 그녀는 나의 안내견
그녀는 나를 사랑으로 안내한다
아름다운 그녀를 따라가는 나는 내내 즐거워서 웃는다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따금 불필요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랑도 때론 이렇게 불필요한 것이 많다
추위가 다가올수록 포장마차 붕어빵과 어묵을 그녀와 단둘이 먹고 싶다
낙엽이 비행 청소년처럼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나와 그녀는 언제나 함께 다닌다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버티고 서서 그녀의 사랑을 기다린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 돌멩이처럼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딱딱한 거리를 걸어보다가 그녀를 안아보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도서관에 가서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순정만화를 읽었다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심보선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열린 창가로 지나가는 그녀가 보였다
불러도,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가 밉지는 않았다
돌계단을 다 올라가서야 겨우 그녀를 부를 수 있었다
내 마음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그녀와 내가 어디서 만나서 어디로 가는지 바람도 모른다
그녀의 집 현관문 앞에서 소화기 보초병의 눈초리에 딱 걸렸다
어떡해!
사랑밖에 난 몰라!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사랑이 참 좋습니다
즐겁게 읽다 갑니다
소화기 보초병이라
상상력도 기발하고
추천 꽝 찍어봅니다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