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 창작시

이 버러지 같은 늙은이!

그는 내리 찍었다

붉게 젖은 벌레가 꼼지락거리다 축 늘어졌다

그는 악몽을 꾼다

벼랑 끝 칡뿌리가 끊어진다 미끄러진다 밑은 나락

우글거리는 뱀들이

휘감는다 이빨이 박힌다 독이 스민다

어디선가 기괴한 웃음소리

검은 망토를 두른 저 놈 저, 저 놈

소스라치다 깬다

땀이 흥건하다

도끼 사건은 잊혀져 갔다

아무도 죄의 행로를 추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저 부신 햇살을

견딜 수 없단 말인가

어둠의 징검다리를 건너던 그가

해가 빠진 우물에 당도한 날은 천지가 하얬다

그는 빛을 길어 올려

목을 축였다

불면이 잦아들었다

그때까지도 그는

양심의 뿌리가 저 인줄 알았다

은총이었을 것이다

첫 꽃이 피던 날

그는 흰 손에 이끌려 들판으로 나간다

대지에 무릎 꿇고 입을 맞춘다

하늘을 우러르자

홀연

어둡던 가슴에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