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설詭說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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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설詭說 /추영탑
술에 취할 때마다 지구를 지렛대로
들어올리겠다고 통나무를 구하려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통나무야 지천이지만 모두가 부러진 잡초처럼
힘을 쓰지 못해 술 한 잔 더 마시고 포기한
사람이 있있다
촛불을 켜고 달빛을 향해 날아가다가
거꾸로 떨어져 머리가 깨진 적도 있다
광목 두 필을 붕대로 쓰고 남은 것으로는
아이 기저귀를 만들어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는
했는데 언제나 기저귀들은 바람과
한통속으로 희롱하느라고 한눈을 팔았으므로
마르기도 전에 걷어 들였다
세상의 불가사의 속으로 들어가면 불가사의는
불가사리로 변하고 불가사리는 우무가사리를 먹고 산다고
설파하던 사람,
세상에는 진즉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많아서 공부하다 공부로 미친 사람이 있다
미쳐야 산다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사는 연습을 하다가 정말로
미쳐버린 사람이 이웃에 살았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미쳐야 암호가 풀리는 묵시록이
두 권 들었는데 그걸 꺼내 읽을 때마다 목뼈가
뒤틀리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는 결국 아내의 가출을 수소문하다가
자신을 망실하고 말았는데 아무도 그의
생사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의 살종은 사람들의
망각보다는 조금
앞선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을 삭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책 광기의 역사가 생각나네요
미친척하는 사람도 미치고 만다는
그의 살종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혹시 실종을 잘 못 표현 게 아닌지요~ ㅎ
스펙터클하게 읽다갑니다 추천한표던집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실종 되었지만 어디선가 그 동안 구하지 못했던 통나무를 구해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어째, 지구가 좀 들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