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秋影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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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秋影塔
대충 쓸어낸 여름은 잔챙이가 더 많아서
빗자루 하나 들고 처서를 앞 세운다
떨어진 낙엽 몇 장 먼저 쓸어 보다가
누가 쓰다 남긴 여름인가? 내게 묻는다
푸른 물내 나는 하늘가에 큰 구름 한 장을
걸어놓고 가을맞이 축제 천둥소리에서
소낙비 몇 가닥 뽑아낸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한이 남았다면
찾아오지 않는 사람은 용서하더라도
무심히 가는 여름을 용서해서는 안된다
녹슬어 가는 매미 울음보의 뚜껑을
열어보니 한 쪽이 텅 비어있다
못 이룬 사랑의 한이 거기 들어있었구나
며칠 동안 울다 가자고 막장 같은 땅 속에서
몇 년을 귀 막고 입 닫고 살다 나오지는
않았을 터,
흔들리는 나뭇잎은 누군가의 기척 같고
허공에 깊이
박힌 울음은 못물로 터지는데
종이배 한 척 빌어타고 오는 임이 없대서야
처서의 뒤통수가 너무 원망스럽지 않은가?
댓글목록
江山 양태문님의 댓글

처서 절기에 맞추어 쓴 시를 읽으니 아주 재미나게 표현하셨습니다.
아마 감성이 뛰어나나 봅니다.
끝 연의 끝 행이 맘에 듭니다. 秋影塔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강산님.
저는 시인이 아니고 시인 비스무리한 것도
아닙니다. 습작에서 시작하여 습작으로 끝날
‘시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